언론 보도

[인재경영] Focus on - '기생충'에서 공생충으로

2019.07.11

'기생충'에서 공생충으로   

(출처 : 인재경영 2019년 7월호 ​)  

 

 

 

갈라파고스 조직


최근 공공성을 띈 조직의 변화를 돕고 있다. 정부기관의 기능을 위탁 받아 수입의 대부분을 창출하면서 이익 단체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어 회비 수입을 보조적인 수입원으로 하는 조직이다. 구성원도 수입 구조에 맞게 두 부류로 구성되어 있다. 위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구성원의 2/3는 이공계 출신의 석박사로 이루어진 부설 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1/3은 회원사의 위탁 업무와 정부기관의 기능 일부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부들은 연봉제를 시행한 지 2년이 지났으며 일반 직원까지 연봉제를 확대하고 평가제도를 고도화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변화관리와 수용성 진단을 위하여 인터뷰를 하였는데 전공출신의 차이뿐만 아니라 조직 간의 오랜 불신이 만연했다.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최고 경영층에 대한 불만, 성과 연봉제를 통한 조직과 개인의 성과에 연동되는 보상구조는 동의하지 못하며 내 급여는 호봉테이블을 통하여 고정적으로 상승하여야 한다는 주장, 더욱이 개인의 인사 평가를 조직의 책임자가 한다면 절대 믿을 수 없다는 상사에 대한 오래된 불신, 조직 간의 폄하와 출신 기능 간의 비협조와 의심이 가득 차 있었다.

 

당연히 성과 창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거나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였다. 글로벌 경쟁사가 진출하여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 중이라 향후 수입 증대가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출신과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이 각기 진화하여 더 이상 한 회사 같지 않고, 간부들과 실무자들의 관점이 너무 달라 아래는 물, 위는 기름이 떠 있는 물 컵을 보는 것 같았다. 원래는 같은 생물학적인 종족인데 오랜 기간 분리되어 전혀 다르게 진화하는 갈라파고스 섬을 떠올렸다.


특히 의식의 갈라파고스 섬은 자주 관찰된다. 다른 프로젝트 진행 중 친해진 고객의 이야기이다. 호주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한국에서 병역을 마치고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정도 지난 사람이다. 사적인 관심사도 공유할 정도로 친해져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치 90년도 후반의 고객과 같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국내 사회현상에 대한 해석과 타인을 대하는 행동양식,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이 마치 40대 중반 이상의 직원과 이야기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왜 그럴까? 부모의 영향이라고 결론지었다. 2000년 초반에 이민을 갔고 거기서 생활해 왔는데 외부에 나가서는 호주의 양식에 적응하였을 것이나 집에 와서는 한국의 생활양식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생활하는 호주의 생활양식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적응하여 왔는데, 가정 내에서의 한국적인 생활양식은 이민을 간 2000년 초반 부모의 의식을 중심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외부의 문화적 자극이 있었더라도 수용이 느리고 적게 이루어져 한국에서의 변화와 비교하면 거의 진화를 멈추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때문에 그 호주 출신 고객은 우리와는 20년 정도 시대차이의 가치관과 문화를 체화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시각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은 종족으로서 공간과 시간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상으로 인식하는, 마치 갈라파고스 섬의 펭귄을 보는 것 같았다. 가정부와 지하의 남편은 주인과 시공간을 공유한 종족 A이고, 우연한 기회로 주인 공간에 진입한 수행 운전기사 가족 B, 상층에 있는 주인 가족 C라는 종족이 각자 원하는 목표를 같은 시공간에서 추구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되 자기 종족의 목표만 이루었으면 영화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을 터. 종족 A B의 목표가 충돌하여 균열과 사건이 생기고 A B의 해결 과정에서의 B의 대응은 A의 존중감을 훼손하였다. B C의 공존 과정에서, 악의는 없으나 우열 의식이 녹아 있는 C의 지속적인 표현에 B는 상처를 받는다. B C의 지하철, 무말랭이 냄새 같은 표현을 통해 내 종족에 대한 존중감을 훼손당했다. 결국 C의 비 온 뒤 맑은 생일 파티라는 시공간에서 A, B, C 모두 파국을 맞는다.

 

겉으로는 같은 모습이지만 실질적으로 나와는 다른 종족이 존재하며 다른 생각과 행동양식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그 ‘다름’이 자본주의 구성체나 모든 조직 내에서는 강자와 약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틀림’이나 ‘우열’이 아니므로 관용과 존중이 있어야 동일 시공간의 모든 구성체들이 뒤틀림 없이 평화로울 수 있다.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공통적으로 해결 가능한 영역부터 시간을 가지고 인내하며 이야기하여야 할 것이다. 나와 다른 것들이 전체에게 유의미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그것들은 외형적으로는 비슷한 일을 하지만 ‘기생’충일 수도 있고, 치아를 청소하여 ‘공생’하는 악어새일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인간을 물가로 이끌어 익사하게 하는 연가시(실제로는 곤충의 뇌에만 주로 작용한다고 한다)일 수도 있다.

 

 

 

장자의 빈 배와 정조의 통찰

 

갈라파고스 신드롬(Galápagos Syndrome).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상품이지만 자국 시장만을 생각한 표준과 규격을 사용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이다. 게이오 대학 교수이자 휴대전화 인터넷망 I-mode의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가 만든 용어이다. 과거의 미디어 매체 표준 전쟁, 베타방식과 VHS, 이동 전화망 표준 전쟁의 결과가 연상된다.

 

조직 단위로 내려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자기 종족만 옳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고립될 뿐이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중요한 일원으로서 각각의 순기능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 인사제도와 리더십, 운영일 것이다. 같은 종류의 기생충인데 자기는 공생하거나 몸을 이끌고 있고 다른 구성원은 기생한다고 여기는 ‘의식의 갈라파고스섬’을 극복하게 하는 것이 인사의 역할이다. 장자(莊子)의 빈 배(虛舟)와 정조(正祖)에서 답을 찾는다.

 

장자 산목(山木)편의 말이다.
‘…배를 나란히 하고 강을 건널 때, 만약 빈 배가 와서 내 배에 부딪힌다면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성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 배에 타고 있다면 소리쳐 배를 다른 곳으로 저어가라고 할 것입니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두 번 소리칠 것이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치면서 반드시 나쁜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은 성내고 소리치는 것은, 앞의 배는 빈 배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조의 기록 홍재전서(弘齋全書)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겪어 본 사람이 아주 많다. 아침에 들어와서 저녁에 나가고, 무리를 지어 서로를 쫓아다니며 저리 갔다가 이리 온다. 생김새가 얼굴빛과 다르고 눈빛이 마음과 틀리다. 트인 자와 막힌 자, 강한 자와 부드러운 자, 바보와 멍청이, 속이 좁은 자와 얕은 자, 용감한 자와 겁쟁이…, 유형과 부류를 나누면 종류가 천 가지 백 가지라… 그들을 상대하고 올리고 내리는 절차에 지쳐버린 지 벌써 20년이다. 근래 들어 다행히도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를 깨달았다. 또 사람은 각자가 생겨 먹은 대로 써야 한다는 이치도 터득했다. 그래서… 대들보감은 대들보대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쓰고,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하여 인물을 인물의 성질대로 내버려 두고 인물에 맞추어 대응한다. 그리하여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을 취하며, 착한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은 숨겨주며… 국량이 큰 자는 나오게 하고 좁은 자는 포용하며,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높게 치고 능력을 뒤로 돌렸다.(정조 치세 어록, 안대회)

 

다름을 다르게 대하는 생각과 수준 높은 리더의 모범이다.

 

 

 

다른 종족을 인정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앞의 사례 조직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각 부류 간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하여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시도하지 않고 조직의 위기를 공감하는 것에는 성공하였다. 현 제도의 틀 위에서, 즉 호봉제를 기반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인력을 동기부여하기 위한 추가 보상이 가능한 성과 호봉제를 도입하였다. 일반직원 호봉 테이블은 유지하되 일괄 인상(Base Up) 재원을 활용하여 비누적식 성과 연동 보상 방안을 마련하였고, 간부는 상대평가를 통하여 평가에 따른 차등 보상이 가능한 성과 연봉제를 설계하였다. 또한, 전체 조직의 성과가 발생하는 경우 이익을 공유하는 메커니즘도 도입하였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리더에 대한 불신이 존재함과 리더의 능력과 특성이 쉽게 변화하지 않음도 인정하나 권한은 부여하기로 하였다. 새로 도입하는 업적과 역량에 대한 평가 권한을 리더에게 부여하고 동시에 정기적인 리더십 진단으로 견제와 균형을 마련하였다.

기생충 전문가인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서 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기생충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로 "기생충은 공존하는 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 몸에 들어간 기생충은 되도록 사람에게 해를 안 끼치려고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자기에게도 좋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몸에 5미터나 되는 기생충이 있어도 사람은 증상을 못 느낀다, 그 기생충이 사람이 놀랄까 봐 몸을 접고 있는 걸 내시경으로 보고 있자면, 그 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인간과 20만 년을 함께 지내온 친구이며 이로운 기생충도 많다. 오히려 외부에 기생충보다 해로운 게 많다는 걸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직 속 우리는 하나의 몸에 서로 기생하고 있으나 사실은 공생하고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상위 조직인 몸이 살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같은 몸에 있는 다른 존재를 기생충이 아니라 공생체로 인식하고 서로 빈 배로 인정하며, 오리는 오리대로 인정하고 학은 학대로 대해 주면 좋지 않을까. 그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고 하늘이 준 존재가치이다.

인싸이트그룹

오승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