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act HR를 준비하자]
출처 : 인재경영 2020년 5월호
성장 가치보다 안전 우선 가치로
작년 말에 2020년 트렌드를 예측한 많은 자료들을 다시 돌아보았다. 현재의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5년 한 강연에서 빌 게이츠가 전 지구적 전염병 위험에 대한 예언을 한 것이 있을 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Homo Deus를 지향하는 인류는 무척 당황하고 있다. 작은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고 통제하고 있다. Homo Deus가 되려는 부자를 포함하여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혼란을 넘어가기 위해서 성장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고..성장이라는 것은 수단..주객이 전도된 가치관을 이제 버려야..’라고 힘을 주어 이야기 한다.
미국에서는 essential employees라 불리고 영국에서는 key workers라고 불리는 직종이 보건분야, 식품점, 슈퍼마켓, 택배업에서 일하는 인력들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전염병의 위험은 반복될 것이라고 하니 이들 필수 직원, 핵심 일꾼의 지위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보장해주는 가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1347년부터 시작된 페스트로 인해 유럽 인구의 1/5이 줄었고, 1337년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도 페스트가 중단시켰다. 페스트로 많은 성직자가 사망하여 라틴어의 비중이 줄고 영어, 프랑스어 등의 자국 중심의 기록이 증가하였다. 내홍이 겹치면서 중세는 붕괴되기 시작했고 종교의 권위가 추락되어, 보이는 교회보다는 내면의 성전을 찾는 새로운 영성생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존의 제도적인 교회를 중시하던 가치의 나이테가 인간 중심이라는 새로운 가치라는 나이테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시작은 보이지 않는 페스트였다.
지금, 4차 혁명을 통한 성장 가치를 지속적인 안전 확보라는 기본적인 가치가 덮고 있다. 상시적이며 전 지구적인 유행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음을 전제로, 성장과의 공존을 모색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안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1)비대면 생활의 확장, 2)공간 공유 최소화, 3)이동 제한의 상시화가 인사 담당자들이 주목하여야 할 변화이다. 이 세 가지의 특징을 고려하여 기존 인사의 가치관과 관행을 재구성하여야 한다. 특히 비대면은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하여야 할 영역이다.
최근 인사의 키워드로 전개되고 있는 조직문화, 워라밸(Work-life balance), 세대차이, 애자일 조직운영 등은 충분조건이고 안전을 위한 비대면은 인사관리의 필요조건이다. 비대면을 전제로 하는 조직관리 플랫폼 재구축이 우선 되고 그 위에 각자 추구하는 인사전략을 전개하여야 한다.
조직 구조와 인력 계획을 다시 생각
비대면 비중이 커지면 우선, 조직 및 직무의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조직구조와 직무체계는 같은 공간, 시간에서 업무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대면, 같은 시공간 공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공리였고, 일부 유연 근무, 재택근무, 원격근무, 화상회의가 부분적으로 한계들을 보완해 주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대면 근무가 30% 이상 진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업무를 과업으로 나누고 유사한 과업을 묶어 1인이 수행하여야 할 직무로 정의하는데, 과업의 대부분은 ‘대면’ 혹은 ‘같은 공간’, ‘유사한 시간’이라는 플랫폼을 필요로 하였다. 이 플랫폼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 업무 프로세스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고 선후로 전개되거나 과업이 동시 진행된 후 조합하는 형태로 직무체계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업무의 완성을 책임지는 관리자의 업무 프로세스상의 위치와 관리 포인트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과업의 유형별로 다르겠지만, 정확한 과업의 분화와 개인에게 할당하는 방법, 과업의 완성 수준, 납기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리더와 구성원의 직무를 재정의함과 동시에 조직 구조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전문성 중심으로 구성된 기능식 조직이 여전히 유효한지 혹은 프로젝트 조직이나 사업부제 조직이 여전히 효율적인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조직 구성의 최소 단위인 업무/과업과 직무가 재검토되면, 현재의 팀 구성원 규모와 직무 할당의 적합성, 팀의 성과를 요구하는 수요자의 만족 수준을 고려하여 조직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비대면 조직구조’라는 독특한 조직 설계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ICT 플랫폼의 도움을 얻어 비대면 조직운영을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도 동시에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인력 계획도 비대면 조직을 전제로 구성하여야 한다. 인력의 규모에 대한 재측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필요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구성원의 역량을 정의하여야 하며, 리더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와 한계를 다시 설정하여야 한다. 효율이 증가하는 조직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효율이 저하되는 조직도 다수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동일한 효과를 내고 조직의 성과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안전과 비대면이라는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비대면 맥락의 조직 효율화 시도가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비대면을 지원하는 인사제도, 리더십과 조직문화
역할과 역량, 직급도 검토되어야 한다. 직무 수행 수준을 역할로 정의하고 역할 수행에 필요한 보유 역량이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비대면으로 업무가 이루어지면, 과거 대비 개인의 성과와 역량 수준이 비교적 더 잘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성과가 더 잘 관찰된다면 안정적으로 측정 가능한 역량도 따라서 잘 확인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역할과 직급단계가 적절한 지를 파악할 수 있고 그 단계를 줄이거나 늘이거나 할 수 있다.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수업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존의 교수자의 역할과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고 있음이 참고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일하는 방식의 변경이 필요할 것이다. 리더와 구성원의 역량 수준의 조합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새로이 최적화되어야 한다. 리더가 직무 분할을 잘하고 중간점검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는 조직이면 비대면 환경이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반면 역량 수준 관리가 안 되고 직무 할당과 인력 구성이 바람직하지 않으면 조직은 혼란을 겪고 성과는 저하될 것이다. 적절한 진단과 유형 제시를 통하여 개별 단위 조직의 수준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조언하는 것이 인사의 역할이다.
기존의 성과관리 중 역량과 업적지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정형화되지 않는 조직관리 유형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므로 조직간, 개인 간 비교 가능성이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 업적 지표도 사전 설정보다는 사후 측정에 비중을 더 두어야 한다. 평가등급도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말고 우수 성과와 저 성과만을 인식하는 최소 단계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가 주기도 수시로 하여 월, 반기 단위로 자주 실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채용 방향도 새로 설정하여야 한다. 비대면 비중을 높여 조직과 직무가 재설계 된다면 각 조직에 필요한 인력의 유형을 좀 더 구체화하여야 한다. 기존 팀 구성원의 역량 수준과 일하는 방식을 고려하여 당장 필요한 인력을 특정하여 모집을 시작하여야 한다. 그래서 수시, 직무별 채용이 더욱 중요해지며 모집을 위한 채용 요건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조직의 특성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채용을 위한 고용 브랜드가 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 워라밸과 더불어 안전이 중요한 고용가치가 될 것이며 보상 수준 못지않게 외부에 홍보할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특히 비대면 근무 유형이 안정화되어 있다면 확보와 유지효과가 높을 것이다.
보상구조의 개선도 중요한 영역이다. 과거보다 직무 혹은 역할/역량에 대한 구분이 쉬워져서 포괄적 의미의 성과주의 연봉제보다는 직무/역할/역량 기준의 기본급으로 이행이 쉬워질 것이며 새로운 보상제도에 대한 구성원의 수용성도 과거보다 높아질 것이다. 더불어, 출퇴근 및 근무시간 관리에 따른 수당 항목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며 공간 사용과 같은 복리후생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되어 보상 재원 원천은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당분간 마이너스 성장이 고정화 될 것이므로 기본급 인상보다는 성과급을 강조하는 보상전략이 효과적인 시기이다.
리더십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임원-중간관리자-구성원으로 이어지는 리더십 전개가 여전히 유효할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 리더십 내용도 저맥락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직설적이지 않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소통 방식이 고맥락 방식이라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구체성을 갖는 저맥락 소통이 리더십의 핵심이 될 것이다. 원하는 성과의 내용과 납기를 구체적이며 반복적으로, 언어보다는 문자로 전달하는 소통 방식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새로운 조직문화 지향점 설정이 위의 모든 사항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비대면 비중이 증가하는 조직은 문화 지향점을 무엇으로 설정하여야 하는가, 안전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조직문화의 내용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지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문화 개입 활동 중 오프라인, 대면, 대규모 집단적인 그 것은 크게 제약될 것이다.
강을 건너면 뗏목은 더 이상 필요 없어
불교 대승 불교의 대표 경전인 ‘금강경’ 6품에는 뗏목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강을 건널 때 소중했던 뗏목이 아까워서 산을 오를 때도 쓰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한다. 부처님의 설법도 뗏목과 같아서 목적을 달성하면 버리라고 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인사 조직 관리 방식은 페스트 이전, 코로나 이전의 방식이다. 이미 우리는, 강을 건너 아무도 안 가본 새로운 땅에 발을 딛고 있다. 뗏목은 필요 없고 새로운 지혜와 방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