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HR Insight]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컬처혁신 Review

2016.09.18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컬처혁신 Review 

출처 :  HR Insight 2016년 9월호

 

 

삼성전자는 20163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하였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일하는 문화로의 혁신을 선언한 것으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②업무생산성 제고, ③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20166월 말에는 컬처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발표하였다. 실천과제는 직급/호칭/승진 등 인사제도 혁신부터 반바지 허용과 같은 복장규정 개선방안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삼성전자의 문화혁신의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한국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을 종합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왜 스타트업 컬처혁신인가?

 

최근 5년 새 국내 주요 대기업의 CEO들의 공통적인 핵심화두는 혁신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의 사업수행방식 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창출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현실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조선업의 위기는 중국업체와의 치열한 가격경쟁이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현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등의 산업 또한 10년 후에도 지금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최고의 기업이었으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과 혁신의 필요성 또한 전통적으로 강조해왔던 기업이기도 하다. 권오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공동대표이사 3인방은 최근 내부 게시판에하반기 CEO 메시지에서 “5, 10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존재하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존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로는 수퍼 패스트 팔로워(Super 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전환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 IoT(사물인터넷),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등 신성장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형적인 한국 대기업의 문화가 아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의 DNA를 이식하는 것을 필수요소로 본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특징과 한국기업의 문화적 이슈

 

스타트업 기업의 핵심적인 문화적 특징은 빠른 실행열린 소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글과 같이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을 실무 담당자와 담당임원, 최고경영자(CEO)가 속전속결로 의사결정 한다고 한다. 이는, 수평적인 업무수행,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경영방식과 조직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창업 초기부터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한국기업들의 기업문화의 특징은 스타트업 기업과는 대척점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초 맥킨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 보고서에 분석되어 있듯, 한국기업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기업문화 이슈인 야근, 회의, 보고, 여성근로문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기업 특유의 위계적/수직적 Mind에 있다. 개인의 자율성 보다는 상명하복을 강조하고, 상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금기시하며, 효율성보다는 형식과 농업적 근면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적 기업문화의 근인을 해결하는 데 있어, 패밀리데이, PC Off 등의 대증적 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근본적인 의식변화를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근인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변화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삼성의 스타트업 컬처혁신 액션플랜

 

삼성전자는 20163스타트업 컬처혁신선언 이후 6월에 다음과 같은 상세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방향성 하에, 인사제도, 회의/보고문화, Work & Life Balance 등 제반 영역의 다양한 실행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업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는 대증요법 만이 아닌, 종합적 관점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1)    인사제도 혁신

 

컬처혁신 액션플랜 중 가장 내용도 많고 변화가 큰 영역이 바로 인사제도이다. 그 중 핵심은 직급/호칭/승진제도의 변화에 있다.

 

직급체계는 사원~부장의 7단계에서 4단계 직급체계로 간소화된다. 기존의 사원3~대리를 통합하고, 과장~차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호칭체계 또한 CJ, 아모레퍼시픽 등이 적용하고 있는 님 호칭을 도입한다. 다만, CJ, 아모레퍼시픽 등과는 달리 직책자는 직책명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승진제도는 기존의 포인트 승격제를 2018년부터 폐지하고 전문성 심사제를 도입하는 선발형 승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포인트 승격제는 체류연한 동안 일정 수준의 평가등급을 받으면 누적 포인트를 통해 승진자격이 부여되는 방식으로,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공식적인 체류연한을 없애 보다 유연한 운영을 지향하는 동시에, 승진 시 현 직급의 성과보다 상위 직급의 필요역량/전문성 수준 검증에 보다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인사제도 개선안은 직급 간소화, 수평적 호칭 등을 통해 위계 중심의 수직적 업무관행의 타파, 승진에만 목매는 국내 기업의 인사제도 이슈의 해결, 연공이 아닌 성과/역량에 기반한 인력운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인 것으로 판단된다. , 일부 전문가들은 인사제도 개선안이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이라는 미명 하에, 날로 고령화되어 가는 인력구조와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성장둔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승진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2018년부터 직급초임을 폐지한다는 발표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도 일견 일리가 있을 수는 있으나,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기업 특유의 수직적/위계적 기업문화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 보다 핵심적인 목적으로 보인다. 성과연봉 강화 등을 통해 기존 연공상승에 따른 보상상승 재원이 우수인재 중심으로 재분배 된다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회의/보고문화 개선

 

회의/보고문화 개선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앞에서 소개했던 한국적 기업문화의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영역이 바로 회의/보고문화이며, 삼성을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문화 개선에 있어 힘을 기울여 왔던 영역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회의/보고문화 개선에 있어 기존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내용 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개선안이 발표되었다.

 

회의문화 개선은 1-1-2 원칙으로 대표된다. 1-1-2 원칙은 ‘1명이라도 덜 회의에 참석하고, 1시간 안에 끝나며, 2번 안해도 되는 회의문화를 정착시키자는 내용이다. 또한, ‘동시 보고’, ‘실무 보고’, ‘심플 보고스피드 보고 3대 원칙을 발표하여, 다단계 보고를 근절하고, 실무자가 직접 보고하게 하는 등 기존 보고문화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의/보고문화 개선안은 안 자체의 차별성 보다는 실행력과 리더 계층의 의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전사 차원 뿐 아니라, 각 조직단위에서 리더의 주도 하에 강한 실천의지를 보이느냐가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    Work & Life Balance

 

컬처혁신 개선과제 내에는 야근/휴가문화 관련 개선방안이 다수 포함되었다. 불필요한 잔업/특근을 근절하며, 계획형 휴가를 활성화하고, 가족사랑 휴가, 자기계발 휴가 등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창의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Refresh가 필요하다는 실증적 연구결과 뿐 아니라, 기존세대 대비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 증가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바지 허용이라는, 다소 허를 찌르는 개선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반바지라는 아이템을 통해 구성원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방향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상징물(Artifact)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4)    소통 강화

 

마지막으로 소통 측면에 있어 주목할 만한 개선과제는 동료인센티브제도입이다. 동료인센티브제는 온라인 등을 통해 동료를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다른 동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적/일상적으로 칭찬할 수 있고, 실질적인 현금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국내 많은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칭찬프로그램과 차별화될 수 있다.

 

이 제도는 구글, 자포스 등 해외 기업문화 선진기업의 프로그램과 유사한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경우, ‘지땡스(gThanks)’라는 온라인 칭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료 보너스(Peer Bonus)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칭찬과 함께 현금성 인센티브를 동료에게 줄 수 있다. 자포스의 경우에도, 동료에게 감사의 의미로 자포스의 화폐인 Zollar(Zappos Dollar) 50$를 월 1회 줄 수 있는 동료간 금전적 보상을 운영하고 있다.

 

동료인센티브의 의미는, 조직 내 긍정적인 소통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전형적인 성과관리에서 관리될 수 없는 조직 내 이타적인 행동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데 있다. 구글의 경우, 칭찬 시스템 도입 이후 칭찬 횟수가 460% 증가하였으며, 하루 칭찬 인원이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료인센티브 도입은 기존의 상하간 칭찬/인정 구도의 변화를 통해, 조직 내 구성원간 긍정적 소통을 활성화하고 구성원간 건전한 Pressure를 형성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의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컬처혁신의 시사점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 중 한 명인 피터 드러커는 전략은 문화에 있어 아침거리에 불과하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략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전략을 수립하더라도 그 전략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역설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컬처혁신 또한 Global First Mover로의 성공적인 Transformation을 위해서는 기업문화와 체질의 근본적인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통찰에 기반한다. 이는 삼성전자라는 한 개별기업의 문화혁신의 의미를 넘어, 한국기업에 있어 연공 중심à성과/역량 중심, 형식 중시à효율 중시, 수직적/통제적à수평적/자율적 조직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제도적 변화는 2018년 이후 도입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수립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삼성전자의 발표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60년간 한국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문화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선도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1~2년 내에 많은 기업들이 기업문화 혁신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각 기업의 성장 히스토리와 산업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적 기업문화라는 공통의 문제인식 하에서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싸이트그룹 

 

오정민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