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인재경영] 21세기 통합적 경력개발 체계4 (성장욕구의 실현- 승진)

2012.07.18
처 : 인재경영 2007년 2월호


승진이란 무엇인가

승진의 학문적 정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승진(직급의 상승)의 의미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승진(昇進, Promotion)은 구성원의 능력을 기준으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보다 더 큰 도전,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 상위의 직위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즉 ‘팀원→팀장’ 등과 같은 ‘직위의 상승’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승진을 나타내는 정확한 의미인 승격(昇格, Promotion in status)은 직원 개인마다 갖추어진 일정의 자격요건에 의거해 상급의 처우(자격)로 상승하는 제도이다. 즉 ‘사원→대리’ 등과 같은 ‘직급의 상승’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승진과 승격을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고 ‘승진’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이 두 가지 의미를 하나의 단어로 통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승진’은 조직의 인력수요를 내부 인적자원의 상향 이동을 통하여 충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용하는 ‘승진’의 정의는 승진과 승격 이 두 가지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즉 직급이 올라가는 것도 ‘승진’인 것이고, 직위가 올라가는 것도 ‘승진’인 것이다.

앞에서는 조직 관점 또는 제도적 측면으로 본 승진의 의미였고, 조직구성원 측면으로 본 승진의 의미는 약간의 차별성을 가진다. 조직구성원에게 승진은 더 많은 권한과 책임, 더 많은 경제적 보상, 더 어렵고 도전적인 직무, 그리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 등을 동시에 의미한다. 따라서 승진은 조직구성원들에게 자아실현의 정도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승진은 조직구성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로 동기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조직구성원들이 성과향상과 능력개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동시에 조직구성원들의 기여에 대한 넓은 의미에서의 보상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승진제도의 유형

현재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승진연한제도, 차등승진제도, 발탁승진제도, 승진예고제도 등의 승진제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통계자료를 보면 연공서열에 의한 ‘승진연한제도’를 조사대상 기업 중 44.3%가 사용하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승진제도로 나타났고, 차등승진제도 29.3%, 발탁승진제도 25.5%, 승진예고제도 0.9%로 조사되었다.

승진연한제도는 종업원의 근속연수, 학력, 경력, 연령 등 개인적인 연공과 신분에 따라 자동적으로 승진되는 유형으로 이 제도가 합리적임을 주장하는 근거로서는 상사의 주요 역할 중의 하나가 집단을 관리하는 리더십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춘 자를 필요로 할 때에는 그 조직 내의 사정을 잘 알고 경험을 많이 쌓은 자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둘째, 기업의 경영조직은 부•과 혹은 팀 단위로 일이 추진되므로 부서간의 조정을 원활히 함으로써 기업 목표에 부응하는 활동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자는 그 기업에서 연공을 쌓은 근로자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차등승진제도는 직급별 최소 체류연한에 도달한 직원 중 해당 직급기간 동안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승진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승진연한제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연공중심의 승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공적인 요소에 평가결과를 결합하여 운영한다. 즉 상위 직급 또는 상위 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해당 직급 및 직위에서 일정기간 근무를 통한 경험의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개인의 업무성과 및 역량도 고려하여 승진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연공의 요소는 자격요건이 되는 것이고, 업무성과 및 역량은 결정요건인 것이다.
발탁승진제도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해당직급에서 얼마 동안 근무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상위 직급 또는 상위 직위에서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다면 언제든지 승진할 수 있는 제도이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성과주의’라는 이름 아래 학력이나 근속년수보다는 ‘Performance & Competency’를 더욱 강조하면서 발탁승진제도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입사 후 3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하는 Case, 한번에 두 직급을 승진하는 Case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발탁승진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정교한 인사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승진연한제도 또는 차등승진제도와 함께 운영하여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 하고 있다.
승진예고제는 아직 많은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승진 대상자를 1년 전에 미리 예고하여 해당 승진대상자가 승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성과를 발현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여 승진대상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승진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극대화하는데 그 장점이 있다.

최근 도입되고 있는 승진제도 개념

최근 몇몇 기업에서 기존의 승진제도의 개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개념의 승진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 MSD는 2006년 초 직원들이 승진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자기주도승진제도(Self-Initiation Promotion)’를 도입하였다. ‘자기주도승진제도’는 한국 MSD의 성과관리 시스템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도로서, 직원 개개인에게 승진 및 자기개발에 대한 책임감과 주도권을 부여, 승진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자기주도승진제도’를 통해 승진하려면, 먼저 직원 스스로의 업무적인 역량 및 고과를 고려한 후 담당 Manager와 상의를 통해 본인 스스로가 승진 기준에 부합 하다고 판단되면 본인이 직접 승진신청서를 작성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진이 적합한지 심사하는 방식이다.

국내 중견 건설회사인 월드건설은 기존 연공기준을 폐지하고 글로벌 수준의 평가와 심사를 근간으로 하는 ‘자율 승진제’를 도입하였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연공/직급/정기’ 승진의 폐지를 골자로 한다. 승진에 있어서도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지 사전에 검토하여 연차에 의한 승진이 아닌, 직무등급의 정의에 맞는 ‘능력’과 ‘역할’을 할 경우 해당 직무등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역량과 성과중심의 승진제도이다. 직원이 승진을 지원할 경우 지원자격을 모두 충족해야 심사대상에 올라가게 되고, 심사를 통과하면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거쳐 CEO의 승인을 받아 승진이 확정된다.

두 회사의 Case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도입되고 있는 승진제도에서는 기업이 주도로 운영되던 승진제도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승진제도의 모습으로 승진제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 회사주도의 연공중심의 모습에서 회사주도의 업적/역량중심의 모습을 지나, 개인주도의 업적/역량중심의 승진제도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A社 사례를 바탕으로 한 승진제도의 설계 및 운영 방향성

국내 대형 제조업체인 A社는 2005년도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일환으로 승진제도의 개선을 실시하였다. A社는 승진제도 개선 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상위직급의 요구역량과 무관한 연공서열 식 승진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승진을 앞둔 고 연차자 들에게 높은 평가점수를 부여하여, 고 연차자 들이 주로 승진이 이루어지곤 하였다. (그림1. 직급별 평가결과 분포 참조) 이 문제는 비단 A社만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닌,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두 번째 문제로는 조기승진제도와 추천승진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비율이 매우 적어 ‘유명무실(有名無實)’화 되었다는 것이다.


A社는 이러한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직원들이 승진제도에 대한 불만이 더 커져, 제도를 운영해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승진제도의 개선을 실시하였다. A社는 직원의견조사 및 관리자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승진제도의 Guideline 세 가지를 설정하였다. 첫째, ‘역량-성과주의 승진제도 운영’이다. 현 직급에서의 역량과 업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우선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역량과 업적 우수자의 경우 직급별 표준체류년수 미달 시에도 승진 후보자가 될 수 있게 하여 고성과자의 Fast-Track을 제도화 하였다. 둘째, ‘선발 개념의 승진의사결정’이다. 상위직급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보유한 자를 선발하는 개념의 승진의사결정으로, 현 직급에서 발휘한 유사한 역량수준의 후보자들 중 상위직급 요구역량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자를 우선으로 선발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직급 승진과
호칭승진을 분리’하였다. 직장인에게 호칭은 직장 내에서 그 사람의 존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호칭은 기업 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조직구성원의 가정 및 사회생활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호칭은 조직구성원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며, 사기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A社는 저성장 시대에 승진 적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급승진과 호칭승진을 분리 운영하도록 하였다.

A社는 승진제도 설계 Guideline을 바탕으로 새로운 승진제도를 도입하였다.
1) 승진 Point제도 도입
승진 대상자(심사자 Pool)를 선발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직원들의 해당 직급 내 누적 성과 평가를 활용하는 승진 대상자 선발 방식이다. 매년도 종합평가(업적+역량)결과에 따라 개인별로 승진 Point가 부여되고, 해당 직급에서 승진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되는 기준 누적 승진 Point에 도달하게 되면 승진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승진 Point제도의 기대효과로는 직급 내 체류 전 기간 동안의 평가 결과를 차등/누적함으로써, 승진 직전 기간의 평가 결과 관대화 경향을 억제할 수 있고, 평가자의 ‘관대화 부담’ 현상도 일정부분 억제될 수 있다. 또한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승진 대상자 Pool에 포함될 수 있는 최소 체류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성과 향상 동기 부여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2) 직급승진과 호칭승진 분리
직급승진의 경우 해당 직급에서의 누적승진 Point가 기준 Point 이상일 때 자동 승진심사 대상자가 되어 인사위원회에서 승진 심사를 받게 된다. 인사위원회에서는 상위직급 요구 역량에 대한 보유여부에 대한 역량심사를 실시(팀장 및 임원)하고, 최종 의사결정 시 누적승진 Point와 역량심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선발한다. 호칭승진의 경우 일정 기간이 되면 현재 호칭에서 상위 호칭으로 자동 승진 된다. 하지만, 직급과 호칭간의 불일치를 예방하고자 직급별 호칭승진의 Maximum Cap을 설정하였다. (표4. 호칭승진 Maximum Cap) 단, 일부 특별 저 성과자 관리 등을 이유로 5% 미만의 호칭승진을 누락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3) 특별승진제도 도입
승진 Point제도 도입을 통해 고성과자들이 기존보다 빠른 기간 내에 상위 직급으로 승진이 가능해 지긴 했지만, 고 성과자 및 고 역량자의 Fast-Track을 확보 및 보장해 주기 위한 Room을 설정하였다. 전체 승진 자 중 20%를 Fast-Tracker를 위한 공간으로 확보하고, 당해년도 승진자 중 Fast-Tracker가 20% 미만일 경우에는 해당 팀장의 추천을 받아 승진심사 대상자에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20%를 꼭 맞추어야 하는 강제성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직원들에게 누구나 Fast-Tracker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하는 차원에서 도입 및 운영되고 있다.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승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은 승진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좀 더 낳은 성과를 발현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직원들은 승진을 통해 더 많은 보수, 권한, 책임, 사회적 지위, 명성 등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기업과 직원 모두가 승진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과 직원은 승진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는데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기준과 절차의 사전 명시, 공정한 적용,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반영, 의사결정 후 피드백, 의견 불일치 시 재검토, 절차의 공개성)를 고려하여 운영의 묘를 좀 더 살려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Insightgroup 수석 컨설턴트
김 석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