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인재경영 2007년 1월호
교육훈련 패러다임의 변화
정보의 홍수와 지식의 디지털화의 평생학습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 전문서적을 뒤지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서야 겨우 학습할 수 있었던 내용들을 이제 인터넷을 이용해서 검색어 몇 단어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학습의 기회는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넘쳐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학습하고 체화하는 학습능력이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주도 하에 학습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On-Line Resource의 제공이나 e-Learning, 학습조직 및 지식경영을 통해서 기업들은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개인에게 부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학습을 선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교육훈련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교육훈련은 “어떻게 교육을 잘 시킬 것인가”라는 물음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의 교육훈련은 “어떻게 하면 교육훈련을 통해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과거 효율적인 컨텐츠 전달의 차원을 넘어선, 성과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변화해가고 있으며, 경영전략과의 연계성(Alignment) 확보를 통해서 경영전략 실행을 용이하게 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훈련의 주요 기능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훈련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발맞추어, 교육훈련의 성과측정에 대한 마인드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교육훈련의 성과측정은 교육 프로그램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교육과 성과의 연계성에 대한 거시적 고찰 보다는, 강사의 강의력, 교육내용, 교육시설 등에 대한 미시적인 만족도만을 측정하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교육훈련의 효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으며, 이는 교육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실패로 연결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교육의 투자수익률(ROI) 개념의 확산을 통해서 교육훈련이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다양한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추세이다.
요약하자면, 교육훈련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학습자 중심의 학습(Learning)의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교육훈련과 경영성과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훈련체계 상의 이슈
기업의 경영환경과 경영이념, Vision 및 사업전략을 반영하여 수립된 기업의 교육 방향성 및 중점 계획을 일반적으로 교육훈련체계라고 한다. 교육훈련체계는 기업이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사업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 나름의 해답으로, 사업전략과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우선순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얼마나 잘 하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
국내 기업의 교육훈련 체계수립은 직무 내용에 근거하여 교육체계를 수립하는 DACUM (Developing A Curriculum) 방식의 교육체계 수립에서, 필요 역량에 근거하여 교육체계를 수립하는 CBC(Competency Based Curriculum)으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해가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직무 내용을 고정된 것으로 보고 교육체계를 수립하는 DACUM 방식보다는, 변화해가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교육체계를 수립하는 CBC 방식이 유연성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업들이 역량 중심의 교육체계를 수립하였으나 실효를 거두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HR제도와의 통합적인 연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CBC는 역량 중심의 인사제도(Competency-Based Human Resource Management : CBHRM) 체계의 한 부분으로 비즈니스와 인사제도, 교육훈련 상에서 정의된 역량이 통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나, 각 영역에서 정의된 역량이 별도로 구분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결국 비즈니스 니즈와는 동떨어진 인사제도 및 교육훈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체계 수립 전에 전체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방향성과 이에 따른 HR제도와의 연계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역량 모델링을 기반으로 교육체계를 수립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체계 수립을 위한 역량 모델링을 수행할 경우, CBI(Critical Business Issue)나 성과에 대한 고려를 통해 역량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 개발필요역량을 도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기투표 과정을 거쳐서 도출된 역량은 보기에는 그럴싸 보일 수도 있으나, 해당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천편일률적인 역량이 되기 쉽고,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수립된 교육훈련체계 또한 조직과 구성원의 교육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셋째, 도출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적절한 Intervention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독자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여력이 없는 경우 외부 교육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여과없이 도입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 별로 동일한 역량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실제 기업 내에서 요구되는 세부적인 행동지표 차원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산업의 특성이나 조직의 성숙도 등에 따라 동일 직급이더라도 요구되는 역량 수준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일 경우, 교육의 효과성은 그만큼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과정 개발 노력도 필요하나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 경우 HRD 담당자의 주도 하에 기존 과정에 대한 Customizing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기업교육의 향후 변화 방향
IMF 이후 한국 기업들은 채용을 통한 신규인력의 확보를 꺼리는 대신,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인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선택해 왔다. 그 결과, 기업 내에서 교육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도 많이 높아졌으며, 조직 내 HRD 담당 부서의 위상 또한 많이 증대된 것도 사실이다. 엑스퍼트컨설팅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05년 국내기업의 종업원 교육비는 1인당 108만 정도로, 미국기업교육협회(ASTD)가 선정한 미국의 기업교육 베스트 그룹의 평균인 97만원 수준에 11% 이상 높은 액수라고 한다. 국내 기업의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 규모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그 증가속도 또한 현재의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모든 숫자가 현상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 것처럼, 교육훈련 투자비 만으로 국내 기업의 교육훈련 수준이 높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의 교육은 강의 중심의 교육, 집체 교육이 주를 이루는 반면, 미국의 기업 교육은 다양한 교육방식의 활용과 맞춤형 교육이 주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므로, 아직까지 국내 기업과 미국 기업 간의 교육훈련 수준은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변화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기업교육 상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변화의 방향성은 대략 5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직무 및 역할, 성과 및 역량에 따라서 교육의 내용 및 방법, 교육기회 등에 대한 차별화되어야 한다. 전 사원에게 동일한 자기계발의 기회를 부여하던 과거와는 달리, 보다 많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나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 제공을 통해서 한정되어 있는 교육훈련 예산의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또한, 강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지양하고, 개발필요역량의 특성을 고려하여 Action Learning, Simulation 등 다양한 학습방법을 도입하는 것 또한 차별화된 교육기회 제공을 위한 주요 방법이다.
둘째, e-Learn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e-Learning은 시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한다는 점, 정보에 대한 시기 적절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개인화된 학습을 통해서 교육내용에 대한 이해도 및 지속성이 높다는 점, Off-Line 교육에 비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점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e-Learning은 컨텐츠 수준의 제고 및 기업 별 Customizing, 적절한 피드백 방식 등이 요구되므로 당분간은 지식 습득 및 사전 교육 시 주로 활용될 전망이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구성방식을 통해서 상당수의 Off-Line 교육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셋째, 핵심인재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핵심인재는 기업의 핵심경쟁력을 좌우하는 인력으로, 핵심인재의 유지/개발을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비금전적 보상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비금전적 보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도전적인 직무 부여와 역량개발 기회 제공을 통한 성장감 부여이다. 특히, 핵심인재 대상의 교육프로그램 설계 시 유의해야 할 점은, 핵심인재의 학습능력 및 수준을 고려하였을 때 일반적인 교육방식 만으로는 핵심인재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핵심인재 교육 시에는 Mini-MBA 과정 등의 체계적인 지식 전달 뿐 아니라, Action Learning 등의 업무와 연계된 교육방식의 활용을 통해서 실제 업무 수행을 통한 학습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넷째,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 말로만 세계화를 외치던 90년대와는 달리, 200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세계의 경제적, 문화적 장벽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활동영역 또한 날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걸맞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은 사실상 외국어 교육에 국한된 기업들이 상당수이다. 앞으로는 글로벌 경영활동 상에서 요구되는 이문화 환경의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와 해당 문화 환경에서 요구되는 비즈니스 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 이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되며, 프리젠테이션 및 협상스킬 등 문화에 따라 차별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스킬에 대한 교육 또한 필요하다.
다섯째로, 전체적인 교육체계의 효과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해 주는 e-HRD, 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 등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2000년부터 불기 시작한 교육훈련 정보시스템의 구축 붐은 이제 중견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정보시스템은 CDP 체계와 연계되어 보다 체계화된 인적자원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 별 맞춤형 교육서비스 제공을 통해 개인의 자기계발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개인은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연단위 자기계발 계획을 손쉽게 수립할 수 있고, 부서장은 시스템 상에서 부서원의 자기계발계획의 실행 정도를 즉각적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인적자원 개발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WLP(Workplace Learning & Performance) 관점에서 개인과 조직 성과의 향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WLP는 1999년 ASTD(미국기업교육협회)에서 소개된 개념으로, 개인과 조직 성과의 향상 방법을 학습 뿐만 아니라 지식관리, 동기부여, 평가, 보상, 채용 및 배치, 정보 시스템, 조직구조 등 통합적인 관점에서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과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교육과 교육 외적 방법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HRD가 나아갈 길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Insightgroup 수석 컨설턴트
오 정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