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조직에서의 보상 구조 설계
출처 : 인재경영 2015년 3월호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어 조직 운영에 적용하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다...
소규모 사업장 고용주의 운영 레퍼토리 중 자주 누락되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성과에 따른 반대급부, 즉 보상 제공 수단 및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걸(공식화된 보상제도) 여기에 적용하기엔 우리 조직이 너무 작아” 또는 “우리 직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평가 받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어”, 이러한 것들은 소규모 조직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종종 하는 말 중 하나다. 경험에 기초해서 말하자면, 그들의 말이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다시 말해, 고용주가 생각하는 것과 구성원들이 그들의 업무 성과나 조직,조직을 운영하는 제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운영의 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소규모 조직에도 분명 잘 짜인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정형화된 인사제도가 대규모 조직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중소기업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부터는 그 중에서도 보상 제도로 국한해 보고자 한다.
만약 기본적 보상 구조(고정급)와 성과에 따른 보상(변동급)이 통합된 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눈여겨보자.
1.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만들기
보상제도 설계는 조직 내 각 직무(Job Position)에 대한 보상 수준(Salary Survey) 자료를 가능한 많이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직무마다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다르고, 이를 하나의 기능으로 구분한다면 기능마다 적용할 수 있는 보상 구조가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보상 수준을 비교할 때에도 직무 또는 유사 직군으로 분류해 묶어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이 작업의 기초가 되는 ‘직무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직무를 분류하고 각 직무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직무기술서를 만드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당장 직무기술서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팀장 또는 그와 비슷한 레벨의 관리자를 통해 각 그룹의 부하 직원이 무엇을 하는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정도의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은 이루어져야 한다. 세부 내용을 덧붙여 직무기술서를 체계화∙공식화 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이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사전에 계획하고, 관리자들이 필요한 것들 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직무기술서를 만드는 이 과정이 관리자 본인과 우리 조직의 모든 구성원, 그리고 나아가 회사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상자) 직무기술서 구성]
모든 인사제도 운영의 기반이 되는 직무는 직무기술서로 구체화하여 관리하며, 직무 변경 및 소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한다. 일반적으로 직무기술서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A. 기본 정보 : 직군, 직종, 직무, 소속조직, 작성자 이름, 작성자 직급
B. 직무 정보 : 직무 정의, 직무 내용(핵심 단위 업무, 세부 활동, 주요 산출물, 수행 주기 등)
C. 직무 요건 : 최소 요구 학력, 요구 전공, 필요 지식/기술, 역량 요건, 필요 교육 과정, 필요 자격증, 어학 요건 등
2. 보상 데이터 수집 : 보상 수준 설정
두 번째 단계는, 유사 산업군 또는 주요 경쟁사의 보상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큰 규모의 이름 있는 기관에서 조사된 보상 데이터(Salary Survey)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지만, 이 방법은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 특히나, 소규모 회사에서는 이 비용을 감당하기가 더 힘들 수 있다.
만약 당신의 회사도 이와 마찬가지 상황이라면, 비용이 조금 더 저렴한 대체 수단을 찾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HR 전문기관에 문의를 하거나 인사 담당자 네트워크를 통해서 알아볼 수도 있고, 고용노동부와 같은 정부 기관을 통해 관련 자료를 요청해 볼 수 있다. 만약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올바른 방향성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언급한 것으로, 국내 정부 기관을 통한 데이터 수집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음)
대부분의 고용/노동 관련 행정 기관은 데이터 통계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게다가 지역 단위까지 보상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원하는 자료를 찾기만 한다면 상대적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검색을 통한 자료 수집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일단 검색을 시작하면, 꼬리를 무는 단계를 거쳐 원하는 자료를 찾을 때까지 며칠이 소요될 수도 있다. 부디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이 과정을 밟아나가길 바란다. 한 단계씩 나아가다 보면 방향성이 잡힐 것이고, 결국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 구성원 동의 얻기
보상 데이터를 손에 넣었다면, 이제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시작은 피드백/성과평가 양식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 양식은 당신의 조직에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보상에 있어서 수준이나 인상률 등은 대개 전년도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구성원이 평가에서 공정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새로운 보상 제도라도 설득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과정 상에서 반드시 얻어야 하는 구성원의 인정과 구성원과의 공감대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피드백/성과평가 양식에 대한 구성원의 동의다. 결과적으로 각자가 받은 임금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성과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 지급이라는 합의된 단계를 거치게 되면 과정 상에서의 이슈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들여 합리적으로 작성했다 하더라도 피드백/성과평가 양식에 대한 조직 내 구성원들의 부정적 피드백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보상 제도는 경영진의 결단을 필요로 하며,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이렇게 중요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마찰음이 생기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왔던 대로 초안을 준비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용하여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하도록 한다. 다만,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제안이 제도 설계 취지에 맞지 않거나 인사담당자인 당신이 판단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면, 그들의 의견을 선별적으로 반영해도 된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 두자. 인사담당자로서 당신의 업무는 근거 있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안내하고 조언하는 것이다. 제도를 추진함에 있어 비판 또는 반박 의견을 내는 구성원들에게는 다시 한 번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혹시 그래도 구성원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새로운 제도 구상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한 눈에 보여줄 공식화된 순서도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4. 보상(Pay) 예산 도출
보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련 프로세스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최종적으로 동의를 얻었다면 이제부터 할 일은 성과평가에 따른 보상 또는 성과급 지급에 할당될 예산이 얼마나 필요할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보상 즉, 인건비는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굉장히 민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작업은 합의 또는 결정하기에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시기가 핵심이다. 경영진에게 결재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잘 포착해서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5. 보상 지급 로직 구축
직무 또는 직급별 보상 수준이 도출되고, 관련 예산 규모가 확보되었다면 이제 다음 단계는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인상하고 지급할 것인지 기본 원칙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현 단계에서 설정하는 지급 메커니즘이 향후 인건비 기준선(Base line)이 되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용 지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소규모 조직의 경우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이 아무런 보상 지급 로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여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그 동안 구성원들에게 적용하고 지급했던 급여 인상을 갑자기 더 이상 해줄 수 없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실적이나 경영환경이 일시적으로 나빠지거나 갑작스럽게 통제력을 잃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이 단계에서의 접근 방법은 대규모 조직에서 활용되는 보통의 연봉제 기반 보상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소규모 조직은 구성원의 업적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성과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사례가 많지 않고, 이에 따른 성과평가와 보상 간 연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각 조직에 맞는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해 연도 임금 지급은 전년도 조직의 성과 및 개인의 성과평가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할 수 있도록 평가 등급에 따른 인상률을 사전에 설정해 놓는 것이다. 최근 성과주의 강화로 등급 간 인상률 차등폭을 크게 가져가는 추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소규모 조직의 경우 평가자의 주관적 평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적 평가 비중을 크게 높이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또는, 임금 인상률 설정 시 업적 평가만이 반영되도록 하는 선택지를 둘 수도 있다.
정리하면, 임금 인상률을 설정할 때에는 조직의 급여 지불 능력, 동종사 급여 수준, 물가 상승률 등을 참고하여 인상 기준을 정한 후 개인 성과평가 등급별 차등화된 인상률을 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 성과평가 요소는 조직의 환경이나 특성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며, 등급별 차등폭 역시 조직문화, 사업 특성 등에 따라 완화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6. 마지막 단계 : 보고서 작성
마지막으로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인사담당자들이 자주 잊는 것 중 하나가 보고서 작성이다.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적용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 어떤 방법을 쓰는 게 도움이 될까 등 제도를 설계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 인사담당자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구조화된 투입 요소(Input values)와 그에 따른 산출(Output) 과정을 보고서화 하는 것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보고서가 누적될 경우,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보상 제도뿐만 아니라 인사제도의 설계, 수정∙보완 과정이 축적되어 있을 때, 경영진은 과거의 의사결정이나 방향성 설정 과정을 참고 삼아 현재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무언가 체계적이고 공식화된 과정을 적용하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다. 심지어 현재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가 없는 상태일지라도, 필요한 자원과 도구는 많다. 어떤 프로세스든 상관 없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지금 바로 찾아보라.
참고: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01/2015, “Designing Pay Structures for Small Organizations”, By Robin Rothman
인싸이트그룹
김세희 선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