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의 재무적 관점에서의 분석에 대하여
(Bringing HR and Finance Together with Analytics)
출처 : 인재경영 2015년 2월호
인사관리 학회에서 강연을 할 때, 가끔 과거 CFO였던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하곤 한다. CFO로서 인사담당자와 논의를 하다 보면, 나는 점잖게 그들의 인원, 시스템, 교육훈련에 대한 요청을 잘 듣고 난 뒤에, ‘안 됩니다’ 라고 대답하곤 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청중들은 공감하며 웃는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재무관리 학회에서 하면 반응이 더 좋다는 점이다. 재무 담당자들도 평소 인사부서의 요청에 대해 매번 거절했던 것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슬픈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인사부서는 타 부서에 비해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잦을 것이라는 점이다.
재무담당자들도 인사부서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에 때론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은 “인사담당자들이 그들 스스로를 돕기 전엔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CFO가 ‘인재는 기업의 경쟁력의 근원으로써, 투자해야 할 전략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 받는다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이것은 인사관리에 있어 오랜 시간 문제가 되어 왔다. 조직은 ‘인재가 성공을 위한 필수적이고 귀중한 자산’이라고 실제로 믿고 있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적 자원의 가치는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소수의 리더만이 효과적으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측정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재무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최소화해야 할 비용으로 간주하기 마련인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라고 말하지만,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그들이 재무제표에 표현되는 방식에는 큰 괴리가 있다. 사실 회계적인 관점에서 대차대조표를 보면 직원들, 즉 인적 자본은 자산이 아닌 부채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사부서는 이해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전략적으로 인재를 관리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재무부서가 일상적으로 인사부서의 요청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양측 모두가 ‘인적 자본이 경쟁력의 근원이며, 투자할 가치가 있는 전략적인 자산’이라는 명제에 합의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간단하면서 복잡하다. 답은 대화하는 언어수단에 있다.
재무담당자는 인사담당자가 비즈니스 언어,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치와 사업적, 재무적인 결과로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이 비즈니스 언어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하는 언어이며, 그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언어수단이다. 또한, 최고 경영진이 사용하는 언어수단이기도 하다.
인사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적 자본의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표준화된 보고서다. 아주 보수적인 재무 담당자라도 인재의 영향력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인사담당자가 비즈니스 언어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사담당자들은 간혹 ‘CEO나 CFO가 우리의 방식을 이해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CEO나 CFO가 그들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지만, 한때CFO였던 사람으로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다. 과연 어느 회사의 연간보고서에서 인적 자본을 정량화하여 비즈니스 성과와의 연결을 명확하게 보여주는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모두가 동의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 기업들의 연간 보고서에는 그들의 인적 자본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다.
재무적인 관점의 비즈니스 언어를 사용하는 95%의 조직들이 인사관리 관점의 언어를 배워야 할까, 5%에 해당하는 인사조직이 재무적인 관점의 언어를 배워야 할까?
재무담당자와 인사담당자가 서로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통일해야 할까?
아마도 인사담당자에게 최선은, 인적 자본을 계량화하고 분석하여 CFO를 비롯한 타 부서의 인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사실과 숫자를 근거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일일 것이다.
아래 사례는 한 기업의 인사부서가 어떻게 사실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미 남서부에 위치한 한 중간 규모의 금융기업의 CEO는, 기업의 급격한 성장에 맞추어 증가하는 관리자와 주요 실무자 수요에 따라 승진이 빨리, 그리고 자주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CEO는 빈번한 승진과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과연 적절한 수준인지를 물었으나 인사부서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해 불만이었다. “지난주에 비해 급여가 20%나 인상된 인원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만약 새로운 직책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면? 승진을 너무 빨리 진행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와 같은 CEO의 질문에 대해, 처음엔 인사부서에서 전혀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CEO는 인건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고 느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매월 승진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각 임원들은 담당 조직의 승진 인원을 추천하고, CEO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승진한 직원들은 성공적으로 역량을 증명하여 90일 후의 평가에서 ‘Good’등급 이상을 받지 못한다면 승진은 무효가 되고, 통과하면 승진이 인정되어 소급 적용되도록 했다.
CEO는 새 위원회를 통해 원했던 효과를 보았고, 승진 건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임원들은 CEO에게 승진을 거절당하는 것이, 그리고 승인을 받더라도 90일 후에‘Good’ 이상을 받지 못해 무효화될 경우 직원들을 대하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승진의 빈도와 그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CEO의 의도는 달성되었으나, 직급에 비해 높은 성과를 내는 우수한 직원들의 이직이 증가하고, 리더들이 부하들을 승진시키기를 회피하게 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 또한 발생하게 되었다.
회사 전반에 걸친 승진프로세스에 대한 불만과 높아지는 핵심인재의 이직률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인사부서는 심층분석을 실시하여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실과 데이터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2년간의 승진을 분석하여 차트로 표현한 결과, 그간 2/3의 공석이 경력직 채용을 통해 충원되어왔고, 지금은 거의 90%가 외부로부터 충원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분석을 통해, 기존 인원이 떠난 자리를 경력직으로 채운 것에 HR은 ‘대체 고용(Replacement hires)’이라고 이름 지었다.
엄격하게 승진심사를 하기 이전, CEO가 너무 잦은 승진을 우려하던 그 시기에 승진으로 발생한 비용보다, 최근 증가한 ‘대체 고용’으로 발생한 비용이 더 크다는 사실이 알게 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발견한,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은 이전에 승진으로 발생한 비용이 전체 인건비의 1%에 불과했다는 점과, 대체 고용된 직원의 임금은 떠난 직원들에 비해 평균 30~35%가 높다는 것이었다. 즉, 실제로 인건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은 잦은 승진이 아니라 대체 고용이었던 것이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데이터로 정리된 실상을 CEO에게 전달하자, 즉각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CEO는 직원들에게 “그 동안 엉뚱한 문을 지키고 있었다”고 공표했고, 다음달부터 인사부서와 임원들에게 승진을 더 자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월간 승진심사위원회는 사라졌고, 승진 권한은 인사부서로 돌아갔다. 인사부서는 예전과 같은 실무진에 의한 주먹구구식이 아닌, 정립된 커리어 패스에 의한 정기 승진을 위주로 하는 새로운 승진 정책을 수립했다.
이 실화의 재미있는 점은 사실과 데이터가 의사결정과 조직의 전략에 미치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사정책이 직접적으로 회사 성과에 줄 영향을 지표와 수치를 활용하여 전달하는 방법을 어떻게 학습할 수 있는가?
1.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라
비즈니스 언어를 학습하는 첫 단계는,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올바른 질문은 반드시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질문이어야 하며, 인사관리 관점의 질문이거나 인적 자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질문이어서는 안 된다. 이에 해당하는 많은 질문들이 이미 조직 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인사 담당자들은 보통 이러한 질문들을 그들의 책임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예를 들면, CEO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l 우리 회사 인력의 적절한 규모와 비용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l 우리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며, 향상되고 있는가?
l 우리 회사는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하고, 육성하고 있는가?
위와 같은 질문들은 명확하게 인적 자본과 관련된 질문이지만, 인사담당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답하지 않고 지내왔다.
2. 객관적인 측정과 사실을 활용하라
두 번째 단계는 접근 가능한 데이터와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 인사시스템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하고 보고하는 것이 인사담당자와 인사부서에게 있어 비즈니스 언어 의사소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3. 도식화하여 표현하라
세 번째 단계는 분석한 데이터를 도식화하여, 경영진이 특정 이슈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4. 종합하여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라
네 번째 단계에서는 앞서 실행한 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 데이터와 지표, 도식화된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재무담당자와 관리자들은 마침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전에도 했던 이야기들과 같은 내용일 수 있지만, 차이점은 기존과 달리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도구와 언어, 데이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5. ROI, 비용, 이익과 같은 사업적 성과와 연결시켜 표현하라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는 재무부서와 임원진에게 앞의 모든 내용을 비용편익 관점, ROI나 가치 창출의 측면에서 전달하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만약 당신이 100만 달러를 교육훈련에 투자한다면, 이직률이 10% 감소하여 150만 달러가 절약되는 동시에 생산성은 5% 향상된다고 하자. 이는 인사부서가 교육훈련이라는 수단을 통해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회사의 수익이 5%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는 연간 수익이10억 달러가 증가하고, 늘어난 수익과 마진, 줄어든 비용으로 인해 5천만 달러만큼의 ROI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들은 교육훈련에 회의적인Finance 담당자라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는 것이다. 위의 단계를 거쳐 CEO 및 CFO와 같은 언어를 통해 대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출처 : Human Capital Management Institute, Bringing HR and Finance Together with Analytics, Jeff Hig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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