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인재경영 2008년 3월호
전문인력 및 핵심인재 육성의 두 가지 관점 – 핵심인재 육성인가, 수혈인가?
Introduction
삼성그룹은 외부수혈을 통한 핵심인재 유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기업이다. 반면 핵심인재라는 것은 외부에서 수혈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커나가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GE와 같은 기업은 내부 경영진의 육성에 있어 외부수혈보다는 내부 육성에 무게를 둔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과 한계가 있다. 또한, 외부 수혈을 통한 핵심인재 확보가 과연 진정한 인재 확보 방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 ‘외부수혈(To Buy)’과 ‘내부육성(To Make)’의 관점 중에서 어떤 방법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
본 글에서는 핵심인재의 외부수혈에 무게를 두는 삼성그룹의 사례와 핵심인재의 내부육성에 무게를 두는 GE의 사례를 살펴보고,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이러한 바가 기업의 CEO 및 인사담당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핵심인재 외부수혈 측면 :
삼성의 핵심인재 확보 전략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바둑1급 10명이 바둑1단 1명을 못 이긴다.”
“사장은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일을 해서라도 유능한 기술 인력을 데리고 와야 한다.”
이 말은 이건희 회장이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이건희 회장은 21세기 산업사회는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삼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한다. 즉 앞으로 어떻게 환경이 변하더라도 미래를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것은 핵심인재를 필두로 하는 ‘인재경영’이라는 것이다. 그 만큼 이건희 회장은 핵심인재를 사업의 지속적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있고, 핵심인재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인재상을 가지고 있다.
<표1>은 삼성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인재의 조건으로, 업무뿐만 아니라 인성에 있어서도 최고의 인재를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핵심인재가 단지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상황과 시기를 감안하여 자신의 능력을 운용할 줄 아는 지혜와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러한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에 경영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뛰어난 핵심인재를 스카우트 하거나 S급 인재에 대한 최고 대우를 하는 등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① 핵심인재 스카우트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
삼성은 사장단 업무평가 시 핵심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얼마나 양성했는지에 40% 이상의 비중을 두고 있다. 이미 삼성 사장단들 사이에서 ‘인재 스카우트’는 노이로제가 될 지경이라고 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삼성은 천재급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기 위해 사장들이 직접 발로 뛸 수 밖에 없고, 많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이 직접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라”, “기존 핵심인력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라”, “인재의 조기 양성을 위해 뛰어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라” 등의 구체적인 인재확보 전략을 지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부적인 지시는 사장단 회의 때마다 일일이 점검하는 사항으로써 핵심인재 확보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② 최고 대우를 받는 S급 인재
삼성에서 핵심인재를 선정하는 기준과 대상자, 급여와 대우 등은 인사기밀로 좀처럼 공개되지 않지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급 대우를 받는다는 S(Super)급, 주력사업의 핵심추진 인력인 A(Ace)급, 미래 S급 인력으로 양성 가능한 H(High Potential)급 등으로 핵심인재가 분류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S급 인재에 투자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 100만 달러 이상, 80평 이상의 아파트 제공, 최고급 승용차 제공, 경제/법률적 문제 일괄처리 등의 상상을 초월한 대우를 하고 있다. 삼성은 미래사업을 책임질 핵심인재를 영입하는데 이정도 비용과 노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서 핵심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밤낮 없는 러브콜을 하고 심지어 전용기까지 띄워 보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성의를 받게 되면 감동받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③ 국적을 불문한 고급 인재 확보
삼성이 핵심인재 확보에 성공적일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는 국적을 불문하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해외의 우수한 인력을 모셔왔던 사람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었다. 1960년대 말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일본기술자를 데려오기 위해 시간만 나면 일본에 갔다. 그렇게 해서 삼성그룹에 입사한 해외인재가 바로 디자인 혁명을 가능케 했던 마쓰우라 히데오 고문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해외의 S급 인재를 모아서 ‘미래전략그룹’이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외부에 의뢰하기 곤란한 내부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룹의 미래 전략과 사업 방향을 수립한다. 이런 글로벌 핵심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삼성은 IRO(International Recruiting Officer)라는 특별팀도 구성했다. IRO로 불리는 20여명의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해외 유명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거나, 해외 기술 동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중견간부들로 구성되어 있고, 해외에 직접 상주하면서 고급 두뇌 확보를 위한 특명을 안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삼성의 해외 고급인력 유치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었다.
핵심인재 내부육성 측면 :
GE의 핵심인재 확보 전략
“최고의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최고의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성공할 것이다.”
“내 업무의 75%는 핵심 인재를 찾고, 채용하고, 배치하고, 평가하고, 보상하고, 내보내는 데 썼다.”
이 말은 GE를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중 하나로 발전시킨 잭 웰치가 자주 한 말이다.
잭 웰치는 인재경영을 외치면서 업무의 70% 이상을 인재경영에 집중해 왔고, “전략보다 사람이 우선한다”라는 원칙하에 핵심인재 육성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는 조직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개발하여, A급 사원을 20%, B급 사원을 70%, C급 사원을 10%로 선정한 후 A급 사원은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C급 사원은 퇴출 대상으로 관리했다. 특히 핵심인재의 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믿기 때문에 인재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잭 웰치의 경영철학에 맞물려, GE 각 사업부문 사장단의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도 인재의 선발과 관리이다.
이렇듯 GE는 핵심인재를 외부에서 수혈하기보다 내부에서 사람을 육성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GE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핵심인재를 양성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크로톤빌 연수원과 Session C를 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GE가 요구하는 리더의 기본요건인 4E를 충족시키는 최고의 경영자를 만들어낸다.
① 기업 혁신의 산실 ‘크로톤빌 연수원’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은 전세계 기업 중 가장 뛰어난 인재양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크로톤빌의 교육과정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 두 번째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 세 번째는 부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MDC(Management Development Course)이다. 부장급 이상이라고 모두 리더십 교육을 받을 수는 없다. 여기서도 활력곡선에 따른 평가방법이 활용되어 장래성 있는 상위그룹 20% 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GE의 크로톤빌 리더십 센터는 1983년 개편된 후 20년 간 무려 6,000억 원의 교육비를 투자했고, 총 1만 명 이상의 인재를 길러냈다. 이곳은 단순히 임직원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교육기관이 아니고 GE가 필요로 하는 수퍼급 인재를 양성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② 핵심 중에서도 핵심만, Session C
Session C는 임직원의 능력과 실적을 통해 그들의 보상 및 승진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고,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과정이다. 매년 5월, 7월, 12월 등 크게 3회에 걸쳐 사업부별 현황과 실천계획을 점검하고, GE의 회장이 직접 참석하여 핵심인재를 선별해 내고 있다. <그림1>에서 월별 Session C의 주요 프로세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Session C는 엄격한 평가기준과 절차에 따라 운영되지만 그것만으로 핵심인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인재는 업무실적뿐 아니라 참여한 모든 회의, 비공식적 모임, 생활 등이 평가기준이 되고, 이를 종합하여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최고 업무실적을 가진 인재가 조직 내에서 융합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핵심인재로 선정되는 내부육성에 대한 GE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③ 시대에 합당한 리더의 기준을 설정한 ‘4E’ 모델
GE는 정교한 계획, 조직중시, 통합과 관리 중심으로 리더를 육성했던 70년대와 달리 80년대 후반부터 극심한 환경변화 속에서 최고를 지향하고 확실한 결단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 리더의 덕목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열정과 에너지(Energy), 동기부여능력(Energize), 집중/결단과 최고지향(Edge), 실행력(Execution)의 4E 모델이다.
그 중에서도 잭 웰치는 가장 중요한 리더의 자질로 첫 번째인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인재를 꼽았다. 열정과 에너지가 충만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함에서도 본인의 실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대와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그에 합당한 인재상을 새롭게 정의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한 것도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외부수혈과 내부육성의 적절한 조화
삼성, GE의 두 사례를 살펴보면 핵심인재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하여 핵심인재 확보를 사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핵심인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기업이 핵심인재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관점의 차이가 다소 존재한다. 삼성과 같이 외부수혈을 위주로 핵심인재를 확보하게 되면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에서만 계속 수혈하게 되면 조직 내 위화감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 어느 회사든 “핵심인재를 밖에서만 데려오면 내부에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라는 불만이 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GE처럼 내부육성을 위주로 핵심인재를 확보하게 되면 조직에 몰입도가 높고 동화된 인재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고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새롭고 획기적인 사업을 실행하거나 성과를 달성해야 할 때는 내부 육성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석박사 과정만 6~8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핵심인재의 '외부수혈'과 '내부육성'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조직 내외부적인 상황에 따라서 그 전략과 관점이 결정될 수 있다. <그림2>는 조직의 성장에 따라 핵심인력 확보 전략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Catch up단계에서는 선진기업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외부핵심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전략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반면에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Global Leader 단계라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인재가 글로벌 최고 수준이므로, 차세대 비즈니스 리더를 확보하기 위해 외부수혈보다는 내부육성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전략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실제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新경영 선언 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단기간 내에 선진 기업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급속한 기술변화와 사업의 성장 속도를 맞추기 위해 핵심인재를 외부에서 수혈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GE는 당시 미국 최고 기업 중 하나였고 잭 웰치 회장이 부임한 뒤 Hardware 측면에서 사업구조 개편이 강력하게 추진되었으므로, Software 측면에서는 외부 핵심인재를 수혈하기 보다 내부 육성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핵심인재는 외부수혈과 내부육성을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어떠한 조직이든 외부에서 수혈만 할 경우 조직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많고, 영입되어 온 핵심인재도 조직 내에서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는 외부수혈 못지않게 내부육성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 운영하여 내부 구성원도 핵심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하며, 구성원에게 누구든 핵심인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
다만 두 가지 관점 중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 및 비중을 적절히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 내 우리 기업의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외부수혈과 내부육성 중 어느 관점에 포커스를 맞춰 나가야 할지 판단하여 두 전략의 적절한 조합점을 찾아나간다면 성공적으로 핵심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InsightGroup 선임 컨설턴트
박 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