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인재경영] 임금피크제에 대한 두 가지 관점

2012.07.18

출처 : 인재경영 2008년 2월호


임금피크제에 대한 두 가지 관점 – 구조조정 수단인가, 고용안정 수단인가?


[Introduction]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 한동안 금융권과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노동인력 고령화 등 사회적인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판단하여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였으며, 현재까지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임금피크제의 도입 및 확산은 한풀 꺾인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에 비해 실제로 도입하는 기업은 소수인 편이다. 이는 임금피크제라는 동일한 제도를 ‘효율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과 ‘고용안정’ 관점에서 바라보는 근로자의 시각 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다시 말하면, 기업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인건비 절감과 직급 적체 해소 등 ‘Soft한 구조조정’의 효과를, 근로자는 안정된 고용 보장을 원하지만, 양자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임금피크제의 본질은 단순히 구조조정의 대체 수단인가, 또는 장기근속 인력의 지속적 활용과 노사 간 상생을 위한 효과적 도구인가?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임금피크제의 근본적 의미와 향후 적용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임금피크제의 개념]

임금피크제에 대한 명시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본래 일본에서 시작⋅도입한 제도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개별 기업의 관계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임금구조의 한 특수한 형태를 일컫는다 .
다만,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공통적인 특성을 종합하면 ‘기업의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특정 시점 이후 임금상승을 제한하는 제도’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2003)은 임금피크제를 ‘고용연장(현행 정년고용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을 전제로 종업원의 임금을 조정하는 임금제도’라고 정의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2004)는 ‘동일한 인건비 하에서 고용을 중시하는 방안으로 일정연령 이상의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 또는 억제하는 방법을 통해 장기근무를 배려하는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그 특성 상 직무급 또는 성과급에 입각한 보상 개념이 정착된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연공급 정서가 강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특징적인 제도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보는 관점 : 생산성 하락에 따른 보상 감소]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을 단순히 생산수단의 한 요소로 가정해 보자. 직원이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직원이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 즉 생산성은 연령에 비례해 증가하다가 일정 연령을 기점으로 정체되거나 체감한다. 반면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급부, 즉 급여는 연령에 비례해 증가한다. 이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그림 1>과 같다.


순수하게 기업 손익 관점에서 보았을 때, (A)영역은 인력관리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원가경쟁력 하락은 물론, 조직의 고연령/고직급화에 따른 직급 구조 불균형, 승진 적체, 나아가 조직의 활력 저하 등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연공급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내 다수의 기업에서 실제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기업은 정리해고, 명예퇴직, 저성과자 퇴출 등의 형태로 정년 이전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IMF 직후 국내 기업에서 도입한 대부분의 임금피크제의 목적 및 성격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즉, ‘정년까지의 고용을 보장하되 연령에 따라 급여를 낮추어 인건비를 효율화하겠다’는 의도인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이다.

이러한 논리는 일견 타당하나, 문제는 직원의 생산성이 급여를 초과하는 구간, 즉 (B)에 해당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Lazear의 ‘에이전시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연공급은 ‘입사 후 젊은 연령층에게는 실제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며, 중고령층이 되면 실제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연령∙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제도’로 정의된다 . 따라서 연공급 기반의 보상 구조에서는 (B) = (A) + (C)가 성립되는 지점에서 총 보상액이 결정되어야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만일 ‘생산성=급여’의 논리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구간에서 임금을 동결 또는 점감시킬 경우 (B) < (A) + (C)가 되어 임금-공헌도 간 균형의 붕괴를 가져오게 된다. 즉, 연공급 기반의 보상 제도 하에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총생산성보다 총급여가 낮아질 수 있는 불합리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법률적인 관점에서도 원래 임금삭감 없이도 직원의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규정을 임금삭감이 전제될 경우에만 정년을 보장받도록 일방적으로 변경한다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위법성을 인정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業 특성 상 조기 퇴직이 일반화되어 정년보장이 사문화되었거나, 둘째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회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었을 경우이다. 즉 직원이 고용안정으로 얻는 이익이 급여 상 불이익을 초과한다고 확신할만한 상황이 형성되어 있어야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중고령층 직원의 인건비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검토하는 기업의 경우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표 1>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일부 국내 기업의 사례이다.

[임금피크제를 보는 관점 : 고연령 직원의 고용연장]

방법론적으로 고연령 근속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는 것은 선행 사례와 동일하나,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적용과는 그 목적 상 명확한 차이를 나타낸다.
이 관점에 의하면 임금피크제는 고연령 인적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고용안정을 통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다수의 고연령 근속자 보유 시 기업이 가지는 많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는 대신 장기 근속을 보장하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 간 합의를 득해야 하므로 근로자가 임금 감소에 따른 불이익이 고용안정을 통해 받는 이익을 초과한다는 확신을 가져야 비로소 제도가 성립된다. 이러한 Merit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로 활용되는 것은 정년을 초과한 고용을 보장하는 것 즉 ‘정년보장형’이 아닌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이다.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서,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정년 연장의 폭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1년~4년 정도가 일반적이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근로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 연공적 인사관리로 인한 인사적체 및 조직 활력 감소, 고용탄력성 상실, 고령자의 소외 의식 및 고령자에 적합한 직무 부족 등의 잠재적 이슈가 존재하는 단점이 있다.
<표 2>와 같이 정부는 임금피크제보전수당 등 고연령자 다수 보유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자 하는 제도적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제도적 활용이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며 고연령자 고용 촉진을 목적으로 임금피크제가 시작된 일본에서도 정년연장형보다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의 도입률이 높은 현상을 보았을 때 이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로서, 이는 재고용을 통해 고령근로자의 고용기간을 연장시키는 모델이다. 정년 도달 시 퇴직 후 재고용의 형태로 근무를 연장하되, 재고용되는 기간만큼을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으로 설정하여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현재 재직 중인 모든 근로자가 적용되는 반면,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재고용 여부에 대하여 근로자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과 재고용 시 현 직무와 구별하여 다른 직무를 부여하기 용이하고, 퇴직금 정산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는 고용연장 방안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며, 일본에서도 대부분 이 제도를 활용하여 고용연장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고령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의 개발과 직무재배치가 어렵고, 우리나라의 전통적 정서 상 임금삭감과 다른 직무로의 전환에 대한 구성원의 거부감이 크다는 점이 도입 상의 난점으로 작용한다.

요약하면, 고연령 직원의 고용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고연령 인력의 경험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안정적 조직 분위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에 수반되는 이슈가 존재하는 한편, 기업이 일반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을 통해 기대하는 극적인 ‘비용 절감’ 극적인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직급 적체’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기업의 단기적 수익성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경영자가 선뜻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 할 수 있다.

[결언]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제도로 이해되기도 하며,고령화 사회에 대응한 해결방안으로서 중고령층 근로자의 고용 촉진과 근로환경 안정을 유도하는 제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만큼 어느 쪽의 시각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앞서 검토했듯 실제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보았을 때 전자와 후자에 대한 사례가 모두 존재한다.
다만, 임금피크제가 최초로 도입된 일본의 경우 전자(인건비 절감)보다 후자(중고령층 근로자 고용 안정)에 가까운 개념으로 출발했으며, 전자의 관점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임금피크제 또한 점차 후자의 개념에 근접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그러나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근로자 개인의 고용안정 또는 고연령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적 이슈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존재하는 반면, 수익성을 중시하고 원활한 인력 순환을 통해 조직 활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기업 관점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제도이다. 즉 근로자에게 유리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지고,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라면 근로자가 수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 임금피크제가 처한 딜레마이다.
이는 오늘날 임금피크제 도입을 단순히 기업 수익성 개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임금피크제는 물질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보다 보다 정성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시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수반되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적인 대책을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정 수준 연령 도달자에 대한 별도의 직무 Track 생성, 적정인원 판단 및 장기 인력계획에 의한 인력 수급, 체계적인 저성과자 관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Insightgroup 선임 컨설턴트

이 기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