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Alternative
Facts(대안적 사실)와 뇌피셜
‘대안적 사실’은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참석 인원 논란에서 비롯된 신조어이다. 전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과 비교하며 지지율이 낮다는 언론 기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낮은 지지율에 반박하기 위해 지하철 환승역 이용 숫자를 사용하여 전임자 취임식 인파보다 많았다고 주장했다. 후에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2일 후 백악관 고문이 뉴스에 출연해서, 왜 거짓말했는지를 묻는 진행자에게 ‘대안적 사실’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답하여 유명해진 말이다.
우리나라 신조어인 ‘뇌피셜’은 ‘뇌’와 ‘오피셜(official)’의 합성어로,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아닌 개인의 생각 혹은 주장을 말한다. 대안적 사실이 의도된 거짓말에 가깝다면, 뇌피셜은 의도여부와는 관련 없이 근거가 없거나 약한 생각을 말한다. 둘 다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는 데 장애요인이다.
스타트업 기업 S사는 입사 후에는 직급 없이 하나의 급여 밴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외부에서의 인력 영입을 위한 기준으로서 직군별 총 9개의 밴드를 만들었다. 이 회사 CEO는 자유로운 급여 밴드를 하나의 강점으로 판단했었다. 그런데 최근, 내부 형평성 이슈가 다수 생겨나 7개 이상의 직급이 있어야 하고 승진 기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수정에 들어갔다. 사업구조나 경쟁상황,매출이나 이익구조의 변화는 별로 없는 상황이나 CEO의 인식이 바뀌었다. 1년 전의 뇌피셜 주장이 바뀐 것이다. 정보가 넘치는 지금, 다른 사람이 주장하는 대안적 사실을 근거로 뇌피셜 제안을 하고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에 살펴야 할 주요 어젠다는 다음과 같다.
뇌피셜 주장 1 : 절대 평가는 공정성 이슈를 해소한다
많은 기업들이 상대평가를 줄이고 절대 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절대평가 유형 표를 보면, 국내외의 유명 회사들이 택하는 절대 평가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평가자와 평가 요소의 다양화 정도를 한 축으로 하고 평가 결과의 활용도를 다른 시각으로 하여 구분하였다.
제조 중심의 글로벌 회사 G1은 평가결과를 보상과 연결시키지 않으며 다양한 평가 요소를 활용한 피드백에 주력한다. 이 회사는 수년 전 저성과자 10%를 인식하는 오래된 인재관리 철학을 버렸다. 국내 회사 S2는 직속상사 위주의 평가 정보를 활용하지만 평가등급은 2단계 절대평가로 운영하고 있고 승진, 보상은 평가와 별개로 움직인다. 비슷한 국내 업체인 L사는, 평가등급을 보상에 상당부분 연계하여 활용하고 있다. 해외 글로벌 회사 G2는 비교 회사 중 가장 다양한 평가 원천을 사용하여 등급화하고 하위 5%에게는 이직을 권유할 정도로 다른 인사 제도를 활용한다. 국내 글로벌 회사 S1은 G2와 비슷하게 다양한 평가 원천을 활용하여 보상, 승진 등에 적용한다.
우리 회사에는 어느 유형의 절대 평가가 맞을까, 아니면 상대평가가
유효할까? 외부 동향을 보면, 절대평가가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다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CEO의 생각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그는 공정성보다는 조직의 성과
창출 가능성과 사업 수행 리더의 성과 지원 가능성 등을 결정 기준으로 볼 것이다. 또한, 평가자인 리더의 성숙도를 조절변수로 고려할 것이다.
뇌피셜 주장 2 : 조직 인력 구성에 따라 제도와 운영이 달라져야
한다
구성원이 2,000명에 달하고 설립된 지 50년 된 제조업 H사는 최근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OVID-19 영향이 오히려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회사이다. 곧 수조원대의 매출을 이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H사의 주식은 일 년 전 미국의 한 투자은행에서 ‘팔아라’라는 주식이었는데 오히려 목표 주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소비재로서 대 고객 접점이 많은 사업의 특성이 반영되어 인력 중 30% 이상이 대졸 신입사원이 아닌 경로로 입사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부 관리직으로 전환된다. H사는 이들의 체계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하여 인사 제도를 개선하였다. 5단계 직급명은 유지하지만 급여밴드는 1개로 운영하고, 저성과자는 절대평가, 이를 제외한 인력의 70%는 보통 평가등급을 부여하는 유연한 상대평가를 한다. 보상의 임의성이 무척 높아 우수 인재라고 인식되면 상당히 높은 보상이 가능한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제도 개선 과정에서 대기업이 자주 사용하는 직급 축소 및 폐지를 통하여 승진으로 인한 동기부여를 약화하는 방안, 절대평가, 수평적 문화 형성 등이 검토되었으나 대부분 기각되었다. EVP가 약하여 대기업과 같은 수준이 아닌 인력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일부 우수 인력이 중심이 되어 조직을 성장시키되 다수의 인력을 견인하는 제도로 정렬하였다. 승진 절차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팀장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갈 수 있도록 성장 비전을 제시하였다. 제도 의존성보다 CEO 의존성이 더 큰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특이한 점이다. 대기업임에도 불구, 작은 성장 조직처럼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4개의 사업본부장과 200명의 팀장들이 가진 CEO와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몰입도는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더 글로벌화가 되기 전까지는 대기업의 인사관리와는 다른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제도의 선진성이나 공정성 강조보다는 구성원의 특성과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 사업운영 방식이 모든 것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뇌피셜 주장 3 : 조직의 상황에 따라 인사 관리 방향은 결정된다.
다음은 대기업의 소외된 사업부로 존속하다가 사모펀드로 대주주가 변경된 회사의 사례이다. 40년간 건설, 제조, 유통
사업부로 구성되어 매출 1조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의 회사에서 분사되어 단일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되었다. 대주주
변경 후에 혁신을 위하여 인사제도와 운영 방식을 재편하였다.
구성원의 몰입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고, 불안과 전체적 불신 수준은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수년간은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웠다. 인사관리와 조직 운영 방식은 여러 이질적인 사업부가 존재하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형태였다. 다단계 직급에 기본급 수준은 높으며, 성과급 수준은 낮은 온정적인
연공형, 가족형 조직문화였다.
스타트업 조직처럼 회사 가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동반하는 방향으로 혁신과제들을 선정하였다. 대주주인 사모펀드에서 기능별로 전문성이 높은 임원을 영입하여 기존 인력을 동기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와
성장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존의 문화를 혁신하기 위하여 직급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맞추어 승진보다는 평가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좀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독려하여
회사의 방향과 맞는 인력을 발탁할 수 있게 제도를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업의 특성이나 CEO의 특성보다는 인수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제도와 운영이 재설계되었다.
2021년, 전략적
인사관리가 답이다.
당장 몇 달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되므로 몸통인 사람관리 방향을 먼저 고민하고 꼬리인 현재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앞에서 보았듯이 절대평가 유형도 제각각이고 제도와 운영 방식도 조직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강성춘 교수의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책에서 축구경기의 예를 들어 2세대 관점을 따를 때 감독은 상대팀 전략을 분석해 경기전략을 세운 후 선수의 선발과 기용을 결정해야 한다. 3세대 관점은 각 팀이 보유한 선수들의 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전제하에 해당 팀이 보유하고 있거나 그 팀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한다고 하였다. 이는 전략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내부 역량에 기반하여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참고가 된다. 또한, 사람 관리 패러다임을 1) 맡은 일을 잘하는 직원 중심의 직무성과주의형, 2) 충성심이 높은 구성원을 강조하는 내부노동시장형, 3) 탁월한 인재관리를 중시하는 스타형, 4) 인간적이고 헌신적인 동료관계를 지향하는 몰입형으로 나누고 적합한 방안을 선택하여 제도와 운영을 정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불확정성이 높은 시기에 사람 관리 패러다임을 재정비해야 하는 현 상황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람하는 ‘대안적 사실’에 속지 않고 ‘뇌피셜’ 주장인지를 감안하여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