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프로젝트성 조직을 제안한다
Bullshit
Jobs
1930년, 경제학자 케인스는
“기술이 진보해 100년 후(2030년)에는 일주일에 15시간
일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라고 예상하였다. 케인스 시대 전체의
25% 정도였던 사무직 비율이 현재 많은 나라에서 거의 75%까지
늘어났다.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당신의 일은 사회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37%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였고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가 13%, “틀림없이 공헌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0%에 불과했다고 한다. Bullshit Jobs가 많다고 하며 다섯가지 유형을 나열하였다. 그
중에 Task Makers(중간관리자)가 흥미롭다. 2개의 종류가 있는데 1) 감시할 필요가 없는 일을 감시하는 것, 2)다른 사람에게 Bullshit Jobs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고 한다. 그 일이 없어도 아무런 불편이 없거나, 오히려
그 사람이 없어지면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정경대학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그레이버 (David Graeber) 의 책, “Bullshit
Jobs: The Rise of Pointless Work, and What We Can Do About It”의 내용이다.
일하는 방식의 진화가 강요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만 박사(맷 데이먼)의 실수로 우주선 모함이 고장 나서 회전하며
추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들이 탄 소형 우주선이 모함에 도킹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추락하는 모함의 회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우주선
조종 담당인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문제를 해결한다. 소형 우주선을 모함이 도는 속도와 같이 빠르게 회전시켜 도킹에 성공한다.
우리는 수 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으로 인한 인사관리 제도 개선과 리더십 변화를 추진하여 왔다. 여기에 노동 관계법의 변화에 대응하는 임금 관리와 근무 시간 등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추구해 왔다.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HR Analytics와 AI를 활용한 채용과 평가도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인사관리 상의 변화보다 더욱 큰 변화는 속도 경제로 보인다. 2018년 7월 16일자 매일 경제의 기사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의 규모의 경제에서는 1)계획이 중요하여 빈틈없는 실행이 중요하다, 2)모든 변수를 예측하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3)최적의 효율을
추구하기 위하여 프로세스 개선에 집중한다, 4)투자 비용 대비 산출을 계산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의 경제’에서는 1)우선 해 보는 실험 정신이 중요하고, 2)도전과 실패를 통한 학습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3) 혁신을 통한, 4)기회 선점이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팬 데믹이 겹쳐 근무 형태와 장소, 근무 시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더해지면서 위에서 언급한 1)세대차이 적응, 2)노동
환경 반영, 3)데이터기반 HR 가속화, 4)속도 경제하의 사업 지원에 대한 HR에의 요구가 엄청나게 증대하고
있다. 변화하는 속도에 맞추어 같이 회전하는, 총체적인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험에 비추어 가장 적합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자 조직 운영 및 인사 관리 방식은 ‘자율적인 프로젝트성 조직’이다.
자율적인 프로젝트성 조직
현실에서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발견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며, 기능
조직의 단기성 프로젝트나 TF활동과 운영 형식은 동일하다. 전체
조직을 “Component”로 구분하여 Component 내에서
결과물을 산출하도록 한다. Component는 기능 혹은 조직 역량(Competence)과
업무의 특성의 매트릭스로 구성된다. 업무의 특성은 일종의 Level로
Direct, Control, Execute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인사 X Direct) 의 Component가 생성된다. 이 Component는
표준화 할 수 있으나 개별 조직의 크기와 사업 전략 방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한 팀에
여러 개의 Component가 있을 수 있고 어떤 Component는
여러 조직에 걸쳐 있다.
Component 내에서는 모든 일이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시간과 업무와 산출물의 범위에 따라 PM과 구성원이 결정된다. PM과 구성원은 같은 조직에 속해 있지 않아도 된다. 인사기획 Component에서 2개월 간 채용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 PM은 채용 담당 대리 A가 되고 프로젝트 구성원은 평가 담당 B차장, 교육 담당 C사원이
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2주간 평가 운영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PM은 평가 담당 B차장, 구성원은 A대리, C사원이
되기도 할 것이다.
PM을 지정하는 것은 상위 리더의 몫이고 그 리더는 프로젝트 오너이면서
방향 설정과 책임도 동시에 지게 된다. 모든 구성원은 전문성을 관리하는 리더와 프로젝트 리더, 두 명의 상사에 속해 있다. 상위 리더는 모든 계층, 대표-임원-팀장의 수준에서
존재한다.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핵심
프로젝트는 계획적 프로젝트와 적응적 프로젝트, 일상적 프로젝트로 유형화할
수 있다. 계획적 프로젝트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영역, 적응적 프로젝트는 발생한 일에 대응하기 위한 영역이며 일상적 그것은 정기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로 구성된다. 어떤 조직은 계획성 프로젝트가 많고 어떤 회사는 일상적 프로젝트가 많을 것이다. 각 프로젝트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팀 구성을 어떻게 하고,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계획적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조직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기존 고객 만족의 다른 수단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등의
프로젝트는 단기적, 장기적 성장을 위하여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프로젝트 Agenda 설정하는 능력이 조직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임원-팀장의
리더십이 여기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의 경제’에서
조직의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PM의 역할과 구성원의 역량이 가장 중요
이런 조직은 각 리더와 PM의 역량이 무척 강조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인력을 구성하고 일정을 계획하고 모호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헤쳐 나가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한, 프로젝트 구성원의 열망과 역량에 맞게 일을 나누어 주고 결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수준으로 나오지 않는 인력에 대한 대처, 예를 들어 인력을 교체하거나 일을 축소, 변경하여 타 구성원에게 할당하는 일 등이 주요한 과제가 된다.
또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구성원을 육성하고 동기부여하는 것도 PM의
중요한 역할이다. 구성원은 경력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역량 향상과 성장을 지향하여야 한다. 개인별 업무 이력을 누적적으로 정리하여, 무슨 역량, 스킬,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지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역량 수준이 높은 동료와 같이 일하며 성장하고 싶은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요구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14년간 넷플릭스의 Chief Talent Officer였던
패티 맥코드(Patty McCord)는 ‘직장에서 직원들의
행복은 맛있는 샐러드나 낮잠용 수면실이나 헬스시설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행복은
재능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만든 제품, 서비스를 고객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나온다.’라고 하였다.
조직 및 업무 재설계로 Bullshit Job을 제거해야 생존한다.
국내의 한 회사는 위의 조직처럼 일하는데 출,퇴근시 인사 안 하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인사는 대개 아랫사람이나 늦게 출근하는 사람,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 먼저 한다. 이러한 관행은 오히려 타 구성원의 시간을 빼앗고 업무를 방해할 뿐이라고
한다.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조직문화 관점에서는 이상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 회사는 양립 가능하다고 한다. 대신에 근무 시간대에 다양한 협업, 재미있는 의식(ritual), 잦은 소통의 기회를 활용하여 조직
만족도는 다른 회사보다도 무척 높다. 약 300명의 이 회사는
R&R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대신 업무에 대한 오너십만 있다고 한다. 담당자가 업무에 오너십을 갖고 의사 결정한다.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기엔 늦고, 대표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담당들이 ‘알아서’ 결정한다고 한다. 불필요한 업무(Bullshit
Jobs)들이 거의 없고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춘 책임감 높은 구성원만 존재한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비대면 근무가 증가하면서 Bullshit Jobs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원하는 성과수준을
정의하고 구성원의 역량에 맞추어 정해진 시간에 산출할 수 있게 과업을 나누는 조직과 업무 재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대 성과를 산출하는 인력과 그렇지 않은 Bullshit People의
확인도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조심하여야 할 것은, 그 People은 현재 조직과 unfit한 것이지 절대적으로 역량이 낮지
않을 수 있어서 조직내 여력이 있으면 다른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관리의 변화
물론, 조직은 레고 블록처럼 기능을 끼우고 뺄 수 있는 단순한 조립물은
아니다. 오히려 날줄과 씨줄로 얽혀 있는 천으로 옷을 만드는 것과 더 유사하므로 안보이는 소프트한 측면도
고려하여 프로젝트성 조직을 운영하여야 한다. 프로젝트 리더에게 일이 몰리는 병목현상을 관리하고 리더의
잘못된 판단을 최소화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있어야 한다. 잦은 조직변경과 업무 변경도 일상화되어
피로감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적절한 관행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 조직에서는 직급이 덜 중요하게 되고 역할이 인사 기준이 될 것이다. 개인의 업적보다는 발현되어지는 역량이 인사 평가 기준이 되고, 정기적인 평가보다는 수시의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 결과와 금전적 보상과의 연계도 느슨하게 되고 더 잦은 보상이 요구된다. 성장을 위한 도전적 업무를 선호하는 인력을 주로 채용하거나 육성하여야 한다. 그래야 생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