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국가의 유연근무제 시행 현황
출처 : 인재경영 2015년 6월호
최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유연근무와 관련된 직원의 권리 보장 범위를 점차 늘리는 추세에 있다. 다만, 유연근무와 관련된 법적 보장 범위 및 실제 기업에서 실행되는 모습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본고에서는 서구권 5개 국가의 간략한 사례를 통해 유연근무가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영국
2014년 6월부터 영국은 한 기업체에서 26주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유연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과 동시에, 유연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요건과 절차를 완화시켰다. 다만, 이는 유연근무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정도 수준이며, 기업체에서는 요청 받은 유연근무가 기업체 사정에 맞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경우 직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유연근무 가운데 특히 출산(또는 양육)휴가 부분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앞으로는 출산이나 입양 예정인 직원과 그 배우자는 동시에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는 출산/산후 휴가 기간이 반드시 이어져 있어야 했던데 반해 이제는 1주일 단위로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게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
미국에서는 자녀를 양육하는 인재들의 유지/유치 및 장애인 관련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의 유연근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보이는데,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재택근무제로, 어린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부모인 경우나 통근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탄력근무제로, 즉 근로자들이 전형적인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족 의료 휴가법에 따라 직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회사는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줘야 한다. 다만, 병가의 경우 국가에서는 반드시 유급휴가여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해 놓고 있지는 않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경우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 WLB)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눈에 띈다. 올 초 관련 법안이 개정되었는데, 이는 종래의 가족 건강문제와 관련된 유연근무를 넘어, 산모의 출산/육아 휴가의 확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5개월의 육아
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이제는 미숙아 출생의 경우 휴가 기간을 더 부여 받거나,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 휴가기간을 늘릴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엄마와 아빠가 공동으로 출산휴가를 쓸 수 있는 기간도 기존의 10개월에서 8~12년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밖에도 남성이 출산 휴가를 쓸 경우에, 아이의 나이 기준이 기존의 3세에서 6세로 확대되었으며, 이는 자연적인 출산이 아닌 입양의 경우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또한, 출산 휴가 기간 동안 남성은 연봉의 30%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또 다른 노력은 원격근무(Telework) 관련 법안이 제정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에는 원격 근무와 관련된 별도의 법률 조항이 없어 작업장 내의 단체 협약에 의해 원격 근무가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지난 3년 내에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의 경우 성폭력 관련 보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때 기업체에서는 3개월 동안의 유급휴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 또한 올해부터 적용된다.
독일
독일은 유연근무와 관련된 법률이 다수 제정되어 있지만, 정부 차원의 유연근무 권장 프로그램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15인 이상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의 경우, 고용주에게 공식적으로 근무 시간 감축을 요청할 수 있으나,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고용주는 이를 거절할 수도 있다. 동일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아이를 출산할 경우 최고 3년간의 휴가가 제공되며, 간호가 필요한 가족이 있을 경우 최고 6개월간의 휴가를 갈 수 있다. 규모가 좀 더 큰 기업들의 경우, 근무시간 자율선택, 시간환산 근무 등 근무시간과 관련한 다양한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근무시간의 유연성과는 별개로, 재택근무, 잡 쉐어링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유연근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실제로 정착이 되기까지는 고용주와 직원들 간의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는 예전부터 유연근무나 그와 비슷한 근무형태가 가장 잘 시행된 나라이다. 당연히 유연근무와 관련된 많은 법률 조항들이 있는데, 주목할 것은 최근 프랑스 정부가 유연근무가 종업원들에 대한 혜택을 넘어 고용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제정된 법의 경우, 정해진 연간 근로시간 내에서 일하는 시간을 분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는데, 이로 인해 일이 적거나 바쁘지 않은 기간에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이 많은 시기에 해당 근로시간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체 입장에서는 연장근로 수당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마치며
각국의 문화나 상황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유연근무 관련 제도가 점차 그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며, 각국의 정부 또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및 국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하거나 수정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연근무가 기존의 종업원에게 주는 혜택이라는 단순한 패러다임을 넘어 이제는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실제로 제대로 설계되고 운영되는 유연근무 제도는 기업 생산성 향상은 물론, 현재와 같은 인재부족 시기에 효과적인 인재 유인/유지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각 기업의 HR부서들은 이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효과적인 활용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__
◆ 출처 “How Flexible Working Arrangements vary around the globe”, Personnel Today, May. 2015, by Emanuela Nespoli
인싸이트그룹
송재훈 선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