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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Focus on - 사실 챙김
2019-08-01

사실 챙김   

(출처 : 인재경영 2019년 8월호​)  

나는 행복한가


『팩트의 감각』 저자인 바비 더피(Bobby Duffy)는 한 조사에서 타인의 행복도를 추측한 값과 자신의 행복도가 크게 다름을 알아냈다.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자국민이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과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하였는데 가장 편차가 작은 나라는 캐나다로, 자국민의 행복도 추측 값은 60% 응답자의 행복 값은 87%로 27%의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평균 추측 값 49%, 본인 행복도 90%로 나타났다. 한국은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냈다. ‘한국 국민의 24%만 행복할 것이다’라고 추측한 반면, 자신이 행복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0%로 무려 66%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런 차이의 원인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대니얼 카너먼의 기억자아와 경험자아의 차이, 비대면 조사와 대면조사라는 방법의 차이와 더불어 기만적 우월감이다. ‘자기 우월 편향’의 다른 이름으로, 긍정적인 특성과 관련된 사항들은 자신이 일반 평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간 관계에서의 만족도와 리더십, 인기도, IQ 등이 타인보다 본인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열명 중 여덟 명이 자신의 운전실력이 타인보다 낫다고 응답한 것도 그런 탓이다.

조직 변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구성원 인터뷰와 의식 관련 설문조사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사실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신은 회사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현재 구성원 중 우수한 구성원의 비중은 얼마인가’를 물어보면 모든 조직에서 거의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80%에 가까운 구성원이 자기는 우수 직원이라고 응답하고, 두 번째 질문에는 20%를 넘지 않는다. 이런 편향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제도와 운영 절차를 혁신하여야 한다. 어떤 편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편향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나 심리적 편향을 인정하고 변화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이라면 아무도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으므로 이를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변화를 계획해야 한다.

두 회사 이야기 – Factfulness


유사한 내용의 제도 변화를 제안했으나 다른 결론에 도달한 사례가 있다. A사는 대부분 대졸 출신의 관리 연구직으로 구성된 회사로 다단계 직급, 호봉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성과에 따른 일부 보상 차등을 가능하게 하는 형태로 제도 변화를 시도하였다. 먼 장래에 처우 저하가 발생할 수 있어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도 변경 설명회를 실시했다. 다른 사례에 비하면 아주 온건한 변화 내용이었으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B사의 프로젝트는 생산직 인사제도 변경이 과제였다. 생산 라인의 관리자가 되지 않으면 승진이 불가능한 직급제도를 전제로 하고 역할급 성격의 급여 상한이 있는 밴드 도입과 임금피크제 강화, 평가에 따른 차등 인상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변화였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와 근로자 대표와의 대화를 수 차례 거친 끝에 근로자 대표의 동의와 노조원들의 승인도 가결되었다. 사업의 성장 정체로 인하여 향후 인건비 지속 상승이 불가능한 상황에 노출된 것이 두 회사가 처한 변화 필요성이었고 시행 시기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변화 대상자들의 세계관, 인식의 차이와 변화 주체의 오류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라는 책의 내용으로 정리해본다.

공포 본능과 부정 본능을 못 넘은 실패


항공기 사고나 자연재해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한 번 발생하면 피해규모가 커서 느낌이 더욱 강렬하다. 그런데 발생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 실제로 우리가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근 100년 동안에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얼마나 늘었을까? 사실(Fact)은 100년 전 사망자 수의 25%가 오늘날의 숫자라고 한다. 잦는 언론 노출로 증가한 듯 보일 뿐이다. 우리의 공포 본능으로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A사 구성원 대부분(85% 이상)은 보상의 저하가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저성과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제도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제도상으로는 10% 미만의 대상자만 최하위 평가등급을 받고 보상 수준의 상대적 하락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이 지속적으로 최하위 평가를 한 사람에게 주지도 않을뿐더러 본인의 개선 노력으로 평가등급의 변화가 발생하거나 이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데 공포가 엄습하면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또한, 세계경제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부정 본능에 기반한 잘못된 가정도 한몫하였다고 해석한다. 지난 20년간 전세계 극빈층은 얼마나 늘었을까? 우리의 부정 본능을 확인하듯이, 20년 전보다 극빈층은 50% 이상 줄었다. 2016년, 4000만 대의 항공기 중 사고를 당한 항공기는 0.000025%인 10대였고 이 숫자는 지속성을 0으로 수렴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몇 대가 그 중의 하나일 뿐인데 우리는 사고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부정 본능에 빠진다. 아동 사망, 미세먼지, 오존층 파괴, 기아 등은 극적으로 줄고 있고 자연보호구역, 곡물 수확량, 전기보급, 안전한 물 보급률 등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를 지배하는 본능,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에 사로 잡혀 잘못된 판단을 한다. A사의 구성원 인식을 지배한 또 다른 본능이 ‘나와 회사가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하므로 동의해서는 안 된다’였다. 실제로는 50% 이상이 기존 보상 제도에서 보다 더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일시 보전금으로 연봉의 약 10%를 받는 직원도 50%에 이르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급함 본능과 크기 본능을 잘 극복한 성공


‘다급함은 일을 그르치는 가장 최악의 주범’이라고 한스 로슬링은 이야기한다.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다급함 본능이다. 흔히 사회활동가들이 주장하는, 두려움과 다급함을 부추겨야 다중이 경각심을 갖게 되고 그래야 목적이 달성된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래는 대부분 불확실하므로 그렇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머지않은 미래에 그 주장이 사실과 다르게 나타나면 다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B사는 역할급 도입의 필요성을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하여 왔다. 호봉제로 운영되면 회사가 어려울 수 있음을 오랜 기간 설명하였고, 다급하다고는 하였으나 서두르지 않았고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다. 근로자 대표 개인 이슈가 있었고 생산 물량 감소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꾸준히 제기해온 이야기들이 현실화되고 수당이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자 상당히 급격한 제도 변화임에도 대부분 동의하였다.

또 하나의 본능은 크기 본능이다. 우리 대통령들이 베트남에 가서 지나간 전쟁 관련 유감을 표명하지만 대부분 현지 언론은 별 반응이 없고 베트남 국민들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2천년 동안의 전쟁에서 이겨오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싸움이 그치지 않고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200년간 점령되었다가 전쟁을 통하여 독립하기도 했다. 우리가 베트남 전쟁이라고 부르는 ‘대미항전’은 고작해야 20년간 벌어진 일이었고 그 중에 우리는 또 작은 크기에 불과한 것이다. 비교하는 크기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본능이다. B사 제도 개선을 위한 설명 자료 중에 변화하는 임금 비교 데이터와 생애 임금 자료, 속한 지방의 지가, 물가 등의 크기를 잘 비교하였다. 당장은 차이가 거의 없고, 장기적으로도 비교해 보면 나쁘지 않은 숫자임을 확인시켰다. 대상자들이 크기 비교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여 변화 수용성이 높아진 것이다.

직선 본능을 벗어나야 평가와 보상 만족이 보인다


평가 공정성 인식 개선이 늘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 정교화의 길로 들어선다. 지표를 구체적으로, 많이 만들고 평가자 권한을 기계적으로 배분하고자 점수를 조정한다. 심지어 어떤 고객은 전 직원이 300명인데 최종 인사평가등급 수를 9개로 운영하기도 한다. 정교하면 할수록 평가제도가 효과가 있다는 직선 본능이다. 사실, 평가 효과성은 직선이 아니라 종형(鐘形) 곡선이다. 가로축이 정교함 축이고 세로축이 효과성이다. 적절히 정교할 때 효과가 최대화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복잡하면 효과성은 바닥으로 처박힌다. 현재 20억 전 세계 아동인구가 2100년에는 얼마일까? 한스 로슬링은 답한다. 100년 후에도 20억이라고. 직선으로 증가하지 않으니 본능적으로 직선을 생각하는 충동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충고한다. 보상수준 만족 곡선은 직선일까? 가로가 보상 수준 축이고 세로 축이 만족 수준일 경우 직선 본능에 따라 직선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약간 누운 뱀 모양의 S 곡선이다. 대략 7천만 원 지점부터 직원 보상 만족도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고 아주 서서히 증가한다.


사실 챙김으로 인사관리를 해야


본능에 사로잡히면 제대로 된 인사관리를 하기 어렵다. 사실에 근거하여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인식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만 보더라도 묻는 방식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고, 앞선 질문과 뒤따르는 질문의 차이에 따라서도 다르게 답할 수 있다. 남방불교의 명상법 위빠사나, 인도의 아드바이타 전통과 유사한 명상법인 Mindfulness는 주로 ‘마음 챙김’이나 ‘깨어 있음’으로 번역한다.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는 훈련이다. 책에서 Factfulness는 ‘사실 충실성’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인사하는 사람의 눈에는 ‘사실 챙김’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게 느껴진다. 본능에 휘둘리지 않고 내 인식을 의심하여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려면 철저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챙겨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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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