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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Focus on - 혁신의 시기
2019-09-03

혁신의 시기   

(출처 : 인재경영 2019년 9월호​)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에서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라는 잘 알려진 대사가 나온다. 세력 싸움에서 밀린 뒤 상대편 부하들에게 죽기 직전에 남긴 한마디이다. 참고로, 이 대사 바로 앞 장면은 먹구름이 낀 하늘이다.


A사는 해방 직전 만들어진 식품 회사이다. 오래된 노하우로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 60년대에는 삼성과 견줄 만한 회사였다. 여전히 시장에서 존재감이 있으나 예전과 같지 않다. 혁신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변화는 쉽지 않다. 시장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탓에 인사 제도와 조직 운영의 변화를 시도하였으나 구성원 의식과 오래된 조직문화는 바뀌지 않고 있다. 성과관리와 개인 평가에 따른 연봉제를 도입하였으나 3년째 쉽지 않은 상황이다.


B사도 해방 후 설립된 식품 회사이다. 2000년 초반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한 계열사의 위기로 말미암아 혁신이 소환되었고, 엄격한 성과지표의 도입과 리더의 철저한 관리로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시작하였다. 기존 의식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제도 변화와 더불어, 신규 사업을 계속 시도하고 인수합병을 성공시켰다. 외부 인력을 영입하여 기존 사업 성장을 위한 기폭제로 활용하였다. 현재 임원 구성을 보면 기존 조직에서 성장한 임원은 50%를 넘지 않는다. 

먹구름이 낀 상황을 대하는 리더와 구성원의 의식이 조직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리에게는 1997년, 2008년 혁신의 기회가 있었고, 2017년 이후 또 다른 혁신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 시기를 ‘혁신하기 딱 좋은 시기’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며 그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첫 번째 혁신의 기회가 왔다. 1997년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아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였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모든 곳에서 금과옥조가 되었다. 인사 영역에서는 연공중심의 관점에서 직무중심, 성과주의, 고용 다양화로 이행하였다. 많은 대기업이 이 혁신의 파도를 타고 인사 운영의 큰 변혁을 시도하였고, 근로자들도 시대의 엄중함에 억눌려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위의 A사는 내수 중심이라 리더가 외부 변화에 둔감하였지만, B사의 리더는 재빠르게 새로운 생각을 도입하여 혁신 내재화에 성공하였다. 외부의 환경변화와 B사의 내부 이슈가 어우러졌고, 리더는 이를 잘 활용하였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 재검토가 이루어졌다. 한국 기업들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화를 진행하였으며, 우리는 두 번째 혁신의 시기를 맞았다. 중국과 동남아, 전 세계로의 적극적 진출이 이루어져 글로벌 HR이 주요 화두가 되어 균형 맞추기 인사가 강조되었다. 해외 자본, 대기업 자본, 사모펀드 등을 통한 M&A가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틀이 동시에 요구되기도 한 시기였다.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여 자본력이 충분했던 A사, B사는 다른 길을 걷는다. B사는 적극적으로 아시아와 해외로 진출하였고, M&A를 통하여 사업 영역을 안정적으로 확대하여 2000년 초반 대비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혁신의 시기와 내용에 맞추어서 사람을 영입하거나 교체하였고 인사 제도와 조직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수정하였다. A사는 여전히 1997년 이전의 관리시스템을 유지하였다.


최근은 10년 만에 돌아온 혁신의 시기이다. 저성장, 인구 통계학적인 변화, 노동관련 제도의 변화로 인한 조직문화 혁신의 시기이다. 과거와 같은 성장이 어려워져 금전적 보상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조직과 개인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세대 간의 차이가 극명하고, 세대를 구분하는 주기가 지수 함수적으로 짧아지고 있어 세대 간, 개인 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법과 제도의 변화는 중간 리더들에게 조직관리와 구성원 관리를 위한 자기 의식 혁신을 강요할 좋은 압박이다. 잘 관리되지 않으면, 법적인 책임소재까지 다툴 수 있고 회사 브랜드를 훼손할뿐더러 중간 리더 개인의 삶이 곤란을 겪을 수 있음을 주지시키고 예방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B사는 이에 맞추어 또 한 번 변화하고 있다. A사는 세 번의 혁신 기회를 한번에 압축하여 겪고 있어 더욱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혁신하기 딱 좋은 시기 

 

여행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구성원 2천여 명의 C사는 혁신의 한 가운데 있다. 원가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업으로 성장성, 수익성이 작년까지 나쁘지 않았다. 경쟁 시장은 기업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지원을 받기 용이한 메이저 업체들과 C사처럼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호황이 지속되었던 작년까지는 혁신에 대한 요구보다 성장을 위한 전략이 중요했다. 설비를 확충하고 조직과 인력을 증가시키면 성과가 따라오는 시기였다. 그러나, 2019년 들어서며 경영환경이 체계적으로 악화되어 산업에 속한 모든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C사도 마찬가지다.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뿐만 아니라 임원과 리더도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되었고 컨트롤 타워를 하는 리더십도, 업에 대한 전문성도 약한 상태이다. 

어떻게 보면 C사는 혁신하기 좋은 상태에 있다. 우선, 구성원들의 약 70%가 33세 미만이다. 인건비는 아직 높지 않은 상태이고 숙련을 확보하려면 입사 후 최소 5년이 소요되는 직무군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 환경이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없어 원가절감과 조직 효율화는 당연한 과제라고 모든 구성원이 인식하고 있다. 경쟁사도 동일한 환경이라 이직의 가능성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며 오히려 우수인력을 영입하기 좋은 시기로 볼 수도 있다. 승진 가급이 무척 높아 승진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었고, 승진 시기도 일반 국내 회사들보다는 짧아 3년, 4년이면 차장급 이상이 될 수 있다. 호봉제와 간단한 평가제도로 인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성과주의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연봉제와 호봉제 혼합과 조직 성과관리와 개인 성과관리의 강화, 승진위주의 보상 약화 등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모든 조직에게 적용되는 법과 제도적인 환경의 제약도 C사의 혁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을 비롯하여 52시간 관련 제도 등은 좀 더 ‘스마트’한 조직을 원하고 균형적인 성과주의를 강요하고 있다. 인력의 구성도 혁신을 하기에 적절하다. 임원 및 리더들은 나이가 많으나, 대다수가 젊고 소위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세대여서 리더들의 의식과 문화 혁신, 혹은 강제 행동변화가 생존과 성장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인지하고, 앞에서 이야기한 제도 변화와 균형잡힌 성과주의를 지향하면 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혁신하기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 어두운 밤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균형 잡힌 성과주의 문화를 향하여
– 혈구지도와 유항산 유항심


최근 D사와 프로젝트 상담을 하였다. 이 회사도 50년 정도된 제조업이다. 생산본부의 조직문화혁신을 위하여 논의하고 있다. 약 1,000명의 생산본부 인력을 보면 현장직이 70%이고 나머지는 관리직이다. 두 직군 모두 50대 이상이 70%이고 30대 미만은 20% 미만인 상황이다. 

주요 이슈는 두 가지이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세대 갈등과 이로 인하여 생산 노하우가 단절될 우려가 있어 5년 후의 상황이 우려되는 것이다. 앞의 이슈는 세대 간의 차이에 현장직 특유의 리더 갑질문화가 혼합되어 증폭되고 있다. 금전적 보상이 경쟁력 있는 편이어서 이직은 발생하고 있지 않으나 폭탄을 안고 사는 심정이라고 회장은 걱정한다. 뒤의 이슈는 국내 제조업 현장의 이슈를 대변하고 있다. “Manpower Crevasse”라고 정의할 수 있다. 분명히 전산 시스템이나 생산 공정에는 명확히 기술되어 있으나 명시되지 않는 ‘암묵지’가 있는데 이 내용을 후배 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단절이다. 또한, 자동화로 인하여 생산 인력 규모가 줄어들기도 하고 생산 현장을 선호하는 인력의 축소를 의미하는 두 번째의 단절이다.


해결 방향은, 당사자들의 상호 이해 증대와 이를 위한 제도적 변화와 소프트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결합하여 3년간의 혁신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지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타인의 믿음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무서워지거나 미워진다.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전제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다. 이해하고 난 후에라야 존중이 쉬워진다. 

또 다른 느와르 영화인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보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가장 나중에 밝혀진다. 주인공의 ‘왜 그랬어요?’라는 질문에 ‘사딸라(4 dollars) 아저씨’의 대답,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존엄 훼손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공자의 대학 10장, 혈구지도(絜矩之道)가 떠오른다. 

‘…군자는 혈구지도를 지녀야 한다. 위에서 싫어하는 바를 아래에 시키지 말며 아래에서 싫어하는 바로 위를 섬기게 하지 말 것이다. 앞에서 싫어하는 바를 뒷사람 앞에 놓지 말고, 뒤에서 싫어하는 바로 앞사람에게 따르게 하지 말 것이다. … 이런 것들을 일러 혈구지도라 한다…(혈구라 함은 기역자 모양의 곱자로 재는 것을 말한다)’


도나 힉스의『 일터의 품격(Leading with Dignity)』에서 리더가 가장 피해야 할 가장 큰 유혹은 자신이 우월하다는 잘못된 믿음, 허영에 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지위는 다를지 몰라도 존엄하다는 측면에서는 우리는 모두 동등하며, 구성원들을 존엄(Dignity)하게 대하는 리더들이 대개 성과가 좋았으며 그들은 구성원들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존엄의 바탕이 되는 필요조건은, 조직에서 기능할 만한 구성원들의 기본 자격과 조직의 안정적인 재무 성과이다. 균형 잡힌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두 가지 조건이다. 구성원은 조직이 요구하는 역량과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존엄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더불어 조직의 재무 성과가 안정적으로 산출되어야 하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품격이 유지될 수 있다. 

국내 한 대법관이 은퇴하여 부인이 운영하는 슈퍼를 함께 운영하다가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면서 한 말인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 ‘일정한 생산이 있어야 일정한 마음이 있다’는 맹자의 말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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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