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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Global Identity & Organization Commitment
2013-07-19

출처 : 인재경영 2009년 5월호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존재이다. 가깝게는 한 가정의 일원으로 소속되어 있으며, 심지어 고아로 태어나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최소한 특정 지역 사회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그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다 문득 삶이 의미 없어지고, 자기의 존재성이 의심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그 존재성을 확인한다.
이를테면 끝이 없을 듯한 불행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잘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접하게 된다. 결국 관계되어 있고,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큼 자신을 확인하고 삶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관계를 끊고 해방되고자 하는 출가자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다소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톰 행크스 주연의 케스트어웨이나 최민식 주연의 올드보이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소속되어 왔던 것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분명한 듯 하다.

문화적 관점에서 현지채용인들에 대한 소속감 제고가 필요
그렇다면 조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소속감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원론적으로 조직은 그 태생부터가 소속을 전제로 한다. 2인 이상의 구성원이 소속되어 있어야 비로소 조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은 조직과 조직의 경계를 인식함으로써 본인의 존재성을 확인하고 공헌의 대상을 명확화한다. 이를테면 ‘나는 A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고, B사에 소속된 직원이다.’ 라고 본인을 규정함으로써 B사에 공헌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B사로부터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속감이 보다 강하게 인식될 때, 해당 구성원은 소속된 조직에 더욱 강력하게 몰입하게 되고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맥락에서 어떻게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제고시킬 것인가가 조직관리의 중요한 화두가 된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경우, 각 국가별 문화적 맥락이 다르고, 투자 형태에 따라 관리 메커니즘이 다르게 작동되며,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상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지채용인의 소속감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소속감에 대한 이슈는 기본적으로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이는 기업문화가 그 정의 상 공유된 가치 체계(shared value system)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치에 대한 공유도가 높을수록 소속감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문화적 이질감은 조직 운영 상에 있어 직접적인 비용으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소속감을 저해하고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빙산의 밑 부분과도 같은 커다란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의 과거 프로젝트 경험으로 보자면, 글로벌 인사관리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이슈는 현지채용인들의 적당주의 팽배, 태업 만연, 잦은 이직 등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의 주요한 원인은 대부분 소속감의 결여, 상대적으로 적다고 인식되는 보상, 경력 성장 기회의 부족 등이었다. 그런데 경쟁기업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경쟁기업도 가만히 있지 않을뿐더러 비용 증가에 따른 고객 가치 감소와 고객 외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력 성장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경력 기회의 확대는 해당 법인의 물리적 성장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고, 현지채용인을 법인장 등 상위 관리자로 활용하는 것 역시 관리 리스크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리스크로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차원에서 소속감을 제고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인사관리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이슈는 현지채용인들의 적당주의 팽배, 태업 만연, 잦은 이직 등이었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십 년 넘게 해온 다국적 기업들은 이러한 글로벌 문화 관리의 필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GE의 경우 GE 구성원이라면 어느 나라의 누구라도 상관없이 8 values & 4 actions를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360도 피드백 평가를 통해 이를 모든 구성원들에게 체화(embedding)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Johnson & Johnson의 경우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체계를 우리의 신조(our credo)에 담아 전세계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유시키고, 이에 근거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직원 관점에서는 이러한 핵심가치의 강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귀찮아 할 것인가? 아니면, 열심히 따를 것인가? 사실 개인마다 느끼거나 행동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일부는 귀찮아 할 수도 있고, 또 일부는 열심히 따르고자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과정 자체를 통해 구성원들은 해당 회사에 소속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GE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또는 Johnson & Johnson의 구성원이기 때문이 이러한 행동들을 해야 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핵심가치의 강조를 통해 해당 구성원은 이른바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며, 결국 이러한 ‘확인 과정’ 자체가 소속감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조직에 공헌해야 함을 환기시킨다. 어찌 보면 핵심가치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은 이러한 ‘확인 과정’ 이후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과 조직간의 경계를 구분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더 나아가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핵심가치를 의미 있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핵심가치를 강조한다는 것은 소속감에는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오히려 그 영향이 ‘소속되고 싶지 않다’ 와 같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가치를 명확화하는 작업에는 Top의 의지 표명이나 비전/전략 분석뿐만 아니라 가능한 많은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근한 예로 IBM은 핵심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2003년 인트라넷을 통해 72시간 동안 전세계 모든 직원을 참여시킨 ‘Value Jam’를 개최하고, 각 국에 흩어진 직원들이 IBM 특유의 기업가치를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또한 핵심가치가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상으로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호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일관된 실행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가치 따로, 평가 따로, 보상 따로라면 누가 그러한 가치에 기반한 행동을 하겠는가? 따라서 수립된 핵심가치에 맞도록 주요 인사제도와 교육체계를 연계시키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GE와 같이 360도 피드백을 통해 핵심가치 실천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인사 상에 반영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상으로 소속감을 화두로 글로벌 관점의 핵심가치 수립과 실행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은 소속감을 느낄 때 비로소 몰입을 하며 공헌을 한다. 이는 소속감 자체가 조직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볼 때 현지채용인들의 적당주의, 태업, 이직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적 관점에서의 소속감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제고 노력의 일환으로 글로벌 관점의 핵심가치 수립을 제안한다. 이는 그 자체로서 전세계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증진시키며, 나아가 핵심가치에 따른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꿩 먹고 알 먹기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Insightgroup 상무
최 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