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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개인업적평가에 대한 고찰
2013-07-19

출처 : 인재경영 2009년 7월호


1. 개인업적평가의 목적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만 되면 반드시 했던 일 중에 하나가 방학시간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침 6시 기상, 7시 운동,…., 밤 10시 꿈나라로 이어지는 하루 일과를 원형 시간표에 그려서 책상 앞에 붙였던 기억이 선하다. 하지만 처음 시간표를 작성한 마음과는 다르게 3일도 채 못 지나서 시간표는 온데간데 없고, 방학이 끝날 무렵 허겁지겁 밀렸던 방학숙제를 마치곤 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우리는 시간을 중심으로 한 공부에 매우 익숙해져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을 중심으로 공부하게 된다면, 현재 내가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머니가 집에 계실 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척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시장을 보러 밖에 나가시게 되면 그 틈을 타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하며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게 되고, 어머니가 들어오실 때쯤 되면 다시 방으로 돌아가 공부하는 척 하고 앉아있는다. 이 때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더욱 가관이다.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하네!” 사실 아들은 어머니가 안보실 때 열심히 놀다가 어머니가 잠깐 보실 때 공부하는 척 했더니 칭찬을 받은 것이다. 이제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내가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으면 어머니가 계실 때 열심히 공부하는 척 하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그 아들은 놀기 위해 어떻게든 어머니 눈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는 성적표를 들고 어머니께 와서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오른다고 투정을 부릴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머니가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지 안하고 있는지만 살피게 된다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어머니가 정확한 숙제를 정해주고, 일정 기간 내에 그 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단순히 공부하는 시간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 아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숙제를 완료하면 나머지 시간은 어머니가 계시든 안 계시든 자유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공부를 하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과제를 완료했을 때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아들은 어머니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놀기도 하고 공부도 했으며, 기간 내에 숙제를 완료할 수 있도록 스스로 시간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위의 사례는 개인업적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개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평가결과만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즉 개인업적평가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자율적인 업무 추진 동기와 책임감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업적평가를 수행할 때 통상적으로 목표관리방식(MBO)을 채택하고 있다. 목표관리방식이란 상사와 부하가 상호 합의하에 일정기간 동안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고, 그 실행계획을 세우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업무 수행시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고, 결과에 대한 측정기준이 명확하다면 상사는 직원들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기만 하면 된다. 직원들은 알아서 업무에 대해 성과를 창출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즉, 목표를 통해 직원들은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측정기준에 따라 어떻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 알고, 어떤 성과를 통해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이는 개인 성장은 물론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바로 이것이 개인업적평가를 실시하는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개인업적평가 적용시 문제점

하지만 현실에서는 앞서 언급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업적평가 실시 이후 성과향상은커녕 업무부담만 커지고, 평가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고 말하는 인사담당자도 많다. 최근 성과주의가 한국기업의 대표적 인사제도로 채택되었고, 성과주의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사담당자들은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평가제도 운영을 어려워하고 있다. 이에 필자가 수행한 여러 회사의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개인업적평가를 적용함에 있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종합해 보았다.

첫째, 평가를 위한 평가를 실시한다.
우리 기업들은 업적평가제도를 설계하면서 평가제도의 정교함에 과도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평가결과가 매우 객관적이고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업적평가 설계시 중요한 개인별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및 목표 설정은 다소 뒤로 한채 평가 오류발생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피평가자는 본인 업무 위주보다는 평가 받기 쉬운 실적 위주의 계량화된 업적평가지표를 도출하게 되고, 실제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평가를 하기 위한 평가기준을 수립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업무따로, 평가따로’ 즉, 업무수행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평가는 업무와 무관하게 평가양식에 맞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업적평가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단지 점수 및 순위가 아닌 실제 성과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제도는 주객이 전도된 약간 불안정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결과 중심의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과를 도외시한 채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춘 업적평가제도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주 당면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당해 년도의 실적이 해당 조직 및 기업의 평가를 좌우하기 때문에 개인 평가지표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수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사업 및 R&D 조직과 같이 1년 이내 성과를 창출하기 힘든 조직에서 근무하는 개인의 경우 단기적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또한 단기적 성과에 너무 치우친 성과지표를 활용할 경우 업무수행 방식 또한 단기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수행해야 하므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지속적 투자 및 인재육성에 있어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저해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셋째, 개인주의 심화로 팀워크 훼손 또는 부서간 이기주의가 발생한다.
개인업적평가를 실시할 때 업무의 유기적 연관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채 개인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 위주로 성과지표를 도출하여 활용하다 보면 소속 팀내 팀원과 혹은 타부서와 업무협력이 필요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본인 성과지표 중심으로 실적을 쌓으면 되기 때문에 성과지표와 관련 있는 업무에 보다 몰입할 것이다. 이럴 때 다른 팀원이 혹은 타 부서에서 본인의 성과지표와 아무 상관없는 업무협조가 들어올 경우 원활한 협조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평가로 인해 서로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본인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상대방을 뛰어넘어야 하므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본인이 혼자서 수행하는 업무가 더 많은 조직 같은 경우는 덜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업무가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고민이 부족한 성과지표로 인해 오히려 업무진행에 차질이 생기고 조직분위기만 흐려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 외에도 평가 이해도 부족, 평가불신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개인업적평가 운영시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최근 조직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3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평가의 근본적 한계로 인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일까?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개인업적평가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개인업적평가의 주요 문제는 거의 제도상의 문제라기보다 운영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 본질을 잊지 말자.

개인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조직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바람직한 개인업적평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업적평가가 단순한 경쟁의식을 뛰어넘어 동기부여 수단으로 작용하고, 구성원들이 평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개인업적평가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우리 조직이 개인업적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개인업적평가 설계 및 운영시 꼭 기억해야 될 사항을 종합했다.

첫째, 업무특성을 고려하여 평가지표 설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개인업적평가 설계시 최초 성과지표 pool은 통상적으로 해당 직무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workshop을 실시하여 도출한다. 이 경우 성과지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직무전문가들이 도출한 성과지표 pool을 보다 정교화하는 노력이 다소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사담당자들은 해당 직무 혹은 조직에 적합한 성과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과지표 pool을 관리할 수 있도록 주요 관리포인트를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성과지표의 주요 관리 포인트는 장기와 단기 비율, 성과지표 공유, 정성 지표의 측정기준 명확화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장기적 업무추진이 필요한 경우는 장기성과를 년 단위 혹은 반기 단위 등으로 구분하여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비중을 늘려나가야 하고, 업무의 유기적 연관관계를 명확히 설정하여 주요 성과지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직무분류체계와 직무별 내용 정의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업무특성에 따라 계량적인 성과측정이 힘든 경우 정성적 지표도 적극 활용해야 하며 ‘투입-과정-산출-결과’ 측면을 다양하게 고려한 지표구성이 필요하다. 처음 도출하는 성과지표는 다소 미흡하고 부족할 수 있지만 매번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과정을 거친다면 해당 조직에 보다 적합한 성과지표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개인업적평가는 부하직원과의 Communication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업적평가는 평가시즌에 잠깐 실시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성과향상을 위해 부하직원과 면담할 수 있는 공식적인 communication 수단이다. 평소에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업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면 상호 신뢰의 분위기가 만들어져 최종 평가결과에 대해 피평가자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로 평가자는 평가양식을 근거로 업무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중간점검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상사는 부하와 면담을 통해 바람직한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부하직원의 업무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적합한 업무수행 방향을 지시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 관찰과 중간점검을 통해 해당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잘못된 방향이나 미흡한 부분은 반드시 지적하여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실제 근거(사실)에 기반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피드백을 실시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communication을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존에 하던 대로 업적평가는 단순히 부하직원들의 실적이나 능력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평가자가 함께 업무에 참여하고 피평가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나의 체계적인 관리과정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셋째, 평가 역량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평가시즌이 도래할 때쯤 되면 평가자를 모아두고 평가자 교육을 실시하곤 한다. 이것은 평가역량 향상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지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업적평가는 평가자의 힘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수준도 같이 끌어올려야 제대로 된 평가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다만 평가자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갖춰야 할 지식,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고, 피평가자는 업무수행자 입장에서 필요한 지식,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다. 피평가자가 업적평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을 통해 본인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한층 더 원활한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추가로 더 필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이 평가시즌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업적평가는 업무수행을 원활히 하여 원하는 목표(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따라서 이 도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성과지표 및 목표설정, 성과측정방법, 중간점검방법, 자기개발방법 등에 대해 단계별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의 업적향상 및 동기부여를 위해 업적평가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면 위의 내용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업적평가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앞서 말한 유의사항들이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아주 중요한 사항들이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제대로 된 업적평가가 아니다. 단지 업적평가 지표만 도출해 놓고 형식적인 평가 프로세스에 따라 연말 평가시즌에 이르러 평가결과만 종합하면서 ‘업적평가를 시행해보니 달라지는 것도 없고 오히려 업무부담만 가중했다’라고 말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Insightgroup 수석 컨설턴트
박 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