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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Global Report - 생산/서비스직(Blue_Collar)에도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한가?
2017-06-26

생산/서비스직(Blue_Collar)에도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한가? 

(출처 : 인재경영 2017년 5월호​)​ 

 

 

 

우리나라에도 최근 공공분야와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도입되고 있다. 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의 형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로 유연성을 두고 변화하는 고용시장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한 계층이 있다. 블루칼라(Blue-collar), 생산 및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육체근로자들은 보통 생산/영업시간에 맞추어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미국 뉴저지의 차량부품 물류업체인 CRP Industries의 물류창고에는,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인 마감 시간엔 180명의 근로자가 현장에 출근해야만 했다. 회사의 인사담당자인 Sobon은 가장 바쁜 시간인 만큼 대다수의 직원들이 현장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론 회사의 이익과 편의 측면만 너무 고려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당시 회사엔 근태 문제가 많았는데, 근무 스케줄의 변경이나 조퇴가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은 1~2시간 정도의 개인적인 사정이라도 생기면 병가를 사용해야 했다. 여름 즈음이면 대부분의 직원이 연차를 소진하고, 정작 휴가철이 되면 무급휴가를 사용했다. 회사는 회사대로 직원들의 스케줄을 원활히 편성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수십 년 전에 도입된 회사의 정책들은 원활한 인력 배치에 오히려 지장을 주고 있었다. 이에 Sobon은 30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정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자녀의 학교에 가봐야 한다거나 집에 일이 생겼을 때, 병가를 쓰려고 아픈 척을 하거나 핑계를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더불어 Sobon은 여름에 주 5회 대신 주 4회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와 교대근무 시작을 오전 6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이미 모든 직원들은 교육훈련을 통해 창고 내 어느 위치에서든 일할 수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인력 수급에 따라 유동적으로 인력을 배치할 수 있었다.

 

 

위의 정책을 도입한 지 1년 만에 회사는 직원들과 근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직원들은 자신의 근무 스케줄 변경이 필요하면 언제든 핸드폰 앱을 통해 관리자와 일정을 조율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월요일 오전에 일이 생겼다면 주말에 ‘월요일에 몇 시간 늦게 출근해야 할 것 같다'고 간단히 알리고, 관리자는 스케줄을 조정하는 식이다. 

 

 

최근 미국은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오늘날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를 중심으로 이 요구는 더욱 높아져서, 많은 회사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고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뉴욕의 연구기관인 Families and Work Institute(FWI)의 연구에 따르면, 50명 이상 사업장의 80% 이상이 직원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에서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되는 현실에는 간극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육체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며 시간 단위로 급여를 받는 생산/서비스직 근로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FWI의 대표 Ellen Galinsky에 따르면, 생산/서비스직 근로자들은 다른 직군보다도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더욱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이라고 지적한다. 그중 일부 직종의 경우는 특정 근무시간이 고정되어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아침 출근시간대에 버스 편성이 많은 운전기사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CRP Industrie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연근무제의 도입은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은 회사의 오랜 근무제도가 변화할 필요는 없을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근로자와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에도 이익이 되는가? 

 

 

미국 뉴햄프셔의 천연 바디케어 제품 제조업체인 Badger Balm은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직장에 자녀들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왜 그 정도로 많은 혜택을 주냐’고 물으면, 회사의 경영 책임자인 Warren Hall은 “경영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Badger Balm은 주주가치 극대화 이상의 목표, 사회/환경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회사로, B Corporation 인증(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B-Lab이 회사의 직원, 지역​사회, 환경에 대한 기여와 책임 등을 평가하여 부여하는 인증)을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Warren Hall은 직원들에 대한 혜택이 가져다주는 실질적 이익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그녀에 따르면, 회사의 이직률은 7.2%에 불과하며 채용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러한 사람 중심적인 정책이 Badger Balm에서 사회와 자신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켜 나가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인재들(특히 밀레니얼 세대)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회사는 넘치는 자격을 갖춘 직원들을 채용할 수 있으며, 일례로 배송부서 직원의 20% 이상이 대학원 학위를 갖고 있다고 한다. FWI의 조사에 따르면, 회사가 유연근무제도나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수립하는 주된 이유는 인재 유지와 확보라고 한다. 8개 이상의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 회사의 39%가 '인재 유지', 15%는 '우수한 인재의 채용'이라고 밝혔다.

 

 

소방복 제조업체인 Globe Firefighter Suits는 43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여 근무 시작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직원의 결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누구는 6시, 누구는 8시에 근무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조립 라인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것일까?

 

 

Globe Firefighter사는 지난 120년 동안 조립 라인의 병목 현상을 우려하여 시차출퇴근제를 유보해왔다. 도입 과정이 쉽지 않았으나, 남들보다 늦게 근무를 시작하는 누군가(예를 들어 소방복의 소매를 담당하는 직원)가 자신 앞에 작업량이 쌓여있으면, 그날 내로 본인의 작업량을 완료하는 방식으로 적용했고 무리 없이 작동했다고 한다.

 

 

Globe Firefighter의 직원 대부분은 오전 6시 근무 시작을 원했고, 오후 2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었다. 자녀의 하교를 마중 나가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선택의 자율성을 주자 직원들의 사기가 상승했고, 전반적으로 행복해하며 이직률이 감소했다. 제도 도입 후에 결근율도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 오레곤 주의 수제화 제조업체인 Softstar Shoes는 28명의 직원 중 1/3 이상이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회사는 시차출퇴근제를 허용하고, 필요하면 조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이는 취미활동이나 수공예 부업을 병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근무조건이다. Softstar Shoes는 채용할 때 '여기서 일한다고 백만장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유연한 근무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한다.

 

 

 

고용시장의 저항 

 

 

그렇다면 왜 더 많은 생산/서비스직 현장에서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일까? 많은 경우,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Purdue 경영대학원의 Ellen Kosse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분야일수록 유연근무제를 통해 근로자를 모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신규 채용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교적 인력이 풍부한 건축분야보다는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간호분야에서 다양한 근무제도 옵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한편, 총소득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들은 초과근로를 원할 수도 있다.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수년간 정체되었다면 유연근무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해 추가근무나 휴일근무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는 보통 초과근로에 대한 선택권이 없으며, 특히 노조가 없는 경우에 그렇다. 추가근로시간의 결정권은 대체로 회사가 갖고 있다. 만약 관리자가 "내일은 물량이 많으니 2시간 일찍 출근하라"고 하면, 근로 유연성의 개념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노조가 있는 경우여도 임금이나 복리후생 같은 다른 주요 교섭사항에 밀려 근무시간의 유연성이나 일과 삶의 균형과 같은 측면은 등한시되기 쉽다.

 

 

 

HR의 역할

 

 

인사담당자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첫 단계는 회사의 근무편성 정책과 실태의 간극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직원들에게 근무일정이 공개되는가? 주마다 근무 시간의 차이는 얼마나 있는가? 어느 정도의 직원들이 더 많이/적게 일할 것을 원하고 있는가? 주당 근무 일수와 근무시간의 편차는 어떠한가?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한지 알고 나면, 매우 놀라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요인은 보통 제도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제도 수립 자체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시간 주립대의 Berg 교수는 면담해본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과 관련된 회사의 정책에 대해 전혀 교육받지 못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근무일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관리자 교육은 제도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은 회사에 그런 제도가 있더라도, 동료나 관리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많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문화화하는 방법을 찾아낸 회사들은 많지 않다. 

 

 

그 방법을 찾아낸 회사 중 하나는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The Container Store이다. 작년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4위를 차지하기도 한 이 회사는 86개 매장의 5,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 모두(파트타​임 직원을 포함하여) 직무 관련 교육과 더불어 회사의 직원 우선 문화에 대해서도 총 3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는다. The Container Store는 채용 과정에서부터 직원들과 명확하게 소통할 것을 중시한다. 관리자는 회사의 목표와 요구를, 직원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공유한다. 상호 간 충분한 대화를 가지면 추후에 서로의 기대를 벗어날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꾸준히 소통의 문을 열어놓고 직원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근무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직원 중엔 학생도 있고 학기별 시간표에 따라 근무시간을 변경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관리자는 보통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회사가 투자한 만큼 직원들이 보답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사와 관리자의 태도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가 개인의 삶을 지원해준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The Container Store는 스케줄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향후 몇 주간의 예상 판매량과 가용 인원을 매칭하여 근무일정을 효율적으로 수립한다. 그리고 소매업 평균 수준보다 50%나 높은 임금을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노력에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분명하나 The Container Store의 채용담당자인 Alvarez는 더 행복하고 생산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 회사와 직원이 Win-Win하는 투자라고 말한다. 그의 직원들은 개인 사정을 근무 스케줄에 반영해주고, 개개인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매우 감사해 한다고 한다.

 

 

 

생산/서비스직의 근로 유연성에 관한 신화와 현실

 

현실

생산/서비스직은 정해진 마감기한이 있기 때문에, 근무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리자는 인적 자원의 풀(pool)을 형성하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제도 시행은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근로 유연성은 직원 유지, 건강, 근태를 위한 투자이며,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무직과 생산/서비스직 근로자들은 동일한 형태의 근무 유연성을 선호한다.

사무직 근로자는 보통 유연성이 제공된다면 장시간 몰아서 일하려는 경향이 있고, 생산/서비스직 근로자는 근무 유연성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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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사담당자들은 훌륭한 제도를 수립하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제도의 정착은 자칫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직원들은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정책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사담당자의 주요 역할은 제도 수립 후 관리자를 교육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출처

 

SHRM,​ March, 2017,​ "​How HR Can Promote Flexibility in Blue-Collar Jobs," Marina Krakovsky

 

 

 

 

 

인싸이트그룹

 

나재호 선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