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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Focus on -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2019-01-24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출처 : 인재경영 2019년 2월호​)  

 

틀에 갇히지 말자


최근 중견기업 자문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해답을 찾는 프로젝트였다. 그 중 한 영역이 영업사원 보상 관련 주제였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다 보니 고정 보상 수준이 3천만 원에 달하여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과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정급 비중이 낮고, 전체 보상 수준도 개인의 성과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구조였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더욱 중요한 동기부여 기제로 작동하는 영업직군 특성을 반영해 고성과자는 연봉이 1억에 달하고 저성과자는 최저임금 수준을 간신히유지하는 전형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상승하면서 메커니즘이 헝클어진 것이다. 중간 이하의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보상수준이 충분히 높아졌다. 특히 전국적으로 흩어진 영업조직이어서 지역별 보상 수준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었다. 동기부여가 어려워 방법을 찾아야 했다. 

보상구조 중 최저임금 산입 가능한 항목을 찾아내기도 하였고, 최저 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발생한 금액 총량을 다른 성과급 재원으로 전환하여 지급하는 방안을 개발하여 동기유발을 모색하였다. 전체 인상된 재원은 유지하되 성과에 따른 배분방식에서 개인별로 동기부여하는 방안을 찾았다. 또, 영업방식과 영업조직 성과의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개발하여 최고 경영자에게 보고하였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같은 말씀을 하였다.


내부 조직을 통한 영업방식보다 계약 대리점을 통한 영업이 훨씬 더 성과가 클 것으로 보이며 개인 사업자들이 당연히 훨씬 더 큰 동기를 갖고 사업을 할 것이라고 하였다. 장래 영업조직을 재편하여 직판은 최소화하여 영업관리와 지원 구조로 바꾸고 대부분의 직접매출은 계약 대리점을 통하여 일으키자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작성한 보상구조 개선 방안은 우선 단기적이고 과도기적으로 사용하고 조만간 영업 구조를 변경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기존에 이 회사의 믿음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방식을 채택한 것이고 조직 구성원의 당연하다고 여기던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었다. 

 

 

 

상식, 나라의 탄생


세금 등 경제적인 문제로 영국과 오랜 다툼을 벌이고 있던 북아메리카의 영국 식민지에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의『 상식』이라는 작은 책자는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미국 탄생을 촉진시키는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


민주, 공화사상은 이미 유럽 대륙에 와 있었으나 왕정의 무거움에 눌려있어 세차게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페인은 식민지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사상적 토양에서 간결하고 쉬운 논리로 세습 군주제를 공격하였다. 이미 상식화된 시민의 권리보장, 세습 군주제의 불합리성 등을 토로하였고 독립이 주는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의미를 강조하여 커다란 호응을 불러 일으켰고 미국 독립 선언서의 바탕이 되었다. 당연한 것에 대한 질문과 도전으로 문제에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미국의 독립과 공화정의 수립이 새로운 상식(Common Sense)이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본의 1만 엔짜리 지폐의 주인공은 ‘후쿠자와 유키치’다. 그는 제국주의를 옹호하고 전쟁을 찬성했던 사람으로 일본 근대화의 모델을 제창하고 혁신을 지지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학문의 권장』등 여러 저술로 일본의 상식을 자극하였다. 막부정치가 시혜적인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의무이므로 고마워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당시의 사고로서는, 특히 같은 시기 조선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 주장이었다. 새로운 사회가 당연히 갖추어야 할 모습을 쉽고 날카롭게 전개하였다. 그런 그가 한 달 간의 미국 방문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아무도 조지 워싱턴의 ‘가문’에 흥미가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본과 조선 같았으면 막부의 가계와 혈통, 이씨 왕조와 양반의 족보에 당연히 관심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그렇지 않았고 후쿠자와 유키치에게는 상식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됐다.

 

 


상식을 벗어나다


2004년 경 구글의 채용 방식은 유명하다. 출근 길 고속도로 광고판에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을 듯한 수학 문제를 제시한다. 그 문제에 호기심이 있고 수학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광고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컴퓨터를 돌려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풀어 인터넷에 접속하면 다음 문제가 나오고 그것을 해결하면 패스워드가 주어진다. 입력하여 사이트에 접속되면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구글의 채용 사이트로 연결된다. 원하는 인력을 찾기 위한 독특한 방식이다. 이력서를 받고 인성, 적성 검사를 하고 면접을 봐서 채용을 하는 식에서 벗어나 있다. 채용이 사업의 거의 모든 것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또 다른 최근 컨설팅 사례. 창립한 지 50년이 넘는 오래된 기업으로 전반적인 조직 진단과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일을 하였다. 다양한 과제와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조직 구조 개선 영역에서 다소 지지부진하였다. 영업과 마케팅 부문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조직화하는 영역이었다. 조직이 작아서 영업과 마케팅이 한 임원 밑에 있고, 그 임원은 마케팅에서만 25년 이상 근무하였다. 게다가 그 경험은 같은 산업이기는 하나 다른 회사의 경험이었다.


산업 특성상 마케팅 기능은 정책 수립과 관리에 집중하고 영업은 현장에서 판매와 고객 관리를 분리하여 수행하여야 한다. 영업 인력은 부문 전체의 80%이고 거의 대부분 내부에서 성장한 인력이며, 마케팅 구성원은 20%를 차지하고 외부에서 영입한 인력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 영업부문의 리더는 지역 영업에서만 경험이 있고 경력도 짧아 전사 영업을 지휘하기에는 다소 역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영업 인력과 마케팅 인력은 구조적으로 길항(拮抗)과 견제를 하는 구조이다.


과제 개선팀은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매트릭스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 영업부문을 세분화하여 리더를 여러 명 두고 마케팅 출신 임원이 관리하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최고 경영자는 영업부문 리더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영업부문을 독립시켜 본인이 직접 겸직을 하겠다고 하였다. ‘앞으로 술을 좀 마셔야 할 것 같네요’라는 말과 함께.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위기는 반복돼요, 잊지 말아야 해요,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하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저는 두 번은 지고 싶지 않거든요.’ 국가부도 사태 이후 20년이 지난 장면에서 주인공이 독백하는 내용.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이다.


모든 일과 생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은 무척 어렵다. 모든 일에 새로운 생각으로 머리를 쓴다면 소모되는 칼로리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하루 종일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라고 파악되는 것과 불편한 것이라고 인지되는 것에 대해서는 깊게 의심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인사부서 전문가들은 의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컨설팅에서 가끔씩 혹은 자주 만나는 어색한 장면이 있다. 인사 담당자 혹은 인사 임원이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원래 이렇게 했으며 새로운 방안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하기도 한다. 연공주의에서 성과주의로 이행하는 변화를 할 때, 혹은 직무와 역할 중심의 직급으로 전환을 꾀할 때 내부 인사전문가들이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는 장면이 종종 만들어진다. 물론, 인사부서의 업무 중에 법과 제도적인 틀을 지켜야 하는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노사 관계나 기존의 조직 문화와 관련해서는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앞의 두 최고 경영자의 혜안을 오히려 담당자가 제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상식이라고 하는 틀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훈련을 하자. 그렇지 않으면 반복되는 위기가 위험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상식을 깨는 채용 방식을 사용하는 경쟁자에게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빼앗길지 모른다.

인싸이트그룹

오승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