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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리] 한국기업 HR과 해외 선진기업 HR의 차이점 비교
2012-07-18

 

출처 : 인사관리 9월호


인사전략을 구성하는 정형화된 틀이나 정답은 없다. 인사전략이 구체화된 문서나 문구(statement) 형식으로 정의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철학(HR philosophy)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Hewlett-Packard의 경우에서처럼 소위 ‘HP Way’와 같이 잘 명시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진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인사전략은 인재에 관한 가치체계, 직급, 보상, 평가, 육성에 관한 철학과 운영지침 등에 관한 방향성들을 언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직급과 보상의 결정요소를 성과와 직무가치로 하고,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내부육성을 원칙으로 한다든지, 혹은 기능별 인력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별도의 인재확보 및 유지전략을 가져간다든지 하는 인사의 전반적인 원칙과 방향 등에 관한 사항들이 인사전략의 형태로 정리되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인사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들을 꼽아 보면 1)회사의 산업특성, 2)조직구조와 조직특성, 3)기업 문화, 4)핵심 사업모델, 5)경영진의 의지, 그리고 6)경영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서 한국과 해외 기업들간 가장 극명한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은 바로 기업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1. 기업문화의 차이와 HR 전략

한국은 유교와 불교의 전통을 근간으로 하는 대표적인 가부장적 문화 국가이다. 우리의 가부장적인 문화는 과거 역사를 통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중국이나 유럽, 북아메리카 등의 서유럽 국가들과 비교하였을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근래 들어와서 핵가족화 현상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가장의 권위와 대가족제등 가부장적 특성이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었다. 폐지 논란이 있었던 호주제 등의 많은 사례들도 제시해 볼 수 있다. 사회의 전반에 있어 남자들의 영향력과 여자들의 영향력은 사실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을 깨는 연구가 있다. 국가간 기업문화 비교 분석의 단초를 제공했던 홉스테드(Hofstede, G)는 IBM의 40여 개 국가별 지사의 기업문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성적 문화’의 특징을 가진다고 결론지었다. ‘남성적 문화’는 성취와 업적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높은 지위에 대한 열망이 높은 특징을 지니고 ‘여성적 문화’는 조직 내의 조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특징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문화는 성취와 경쟁보다는 안정과 조화를 지향하는 특징을 더 많이 나타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서구 유럽의 국가들에게서 남성적 문화의 특성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 동양권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남성적 문화의 특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적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스웨덴으로 제시되었다.
여기서 홉스테드의 연구 사례가 가지는 인사제도 또는 인사담당자 측면에서의 함의는, ‘우리와는 근본적인 체질이 상이한 서구 국가의 베스트 프랙티스가 과연 우리의 기업 문화 속에서도 그대로 효과를 볼 수 있겠는가’의 논의에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정리하여, 현재 우리 기업의 HR제도가 ‘과연 우리의 업종 특성 또는 전략에 맞는 적절한 HR 제도인가?’, ‘기업의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HR 제도인가’, 또는 ‘우리 기업의 문화적 특성에 어울리는 HR 제도인가?’와 같은 의문들이 바로 인사 전략(또는 HR 전략)의 핵심 질문이다.
1990년대 말 글로벌 스탠다드의 열풍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범했던 가장 흔한 실수는 바로 HR제도의 ‘찍어내기 식’ 베끼기였다. 심하게 말하면, 집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사람이 집의 배치와 구조, 벽지의 색상과 전반적인 분위기 등을 고려치 않고 가장 훌륭하다고 알려진 ‘가구’를 사와서 설치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 집에 가장 필요한 가구는 무엇일까?’, 즉 ‘우리 기업에 가장 필요한 HR제도는 어떠한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HR 전략의 요체이다.

2. 한국기업과 선진기업의 태생적, 문화적 차이점

앞서, 홉스테드의 비교 연구를 제시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기업과 서구 기업들간에는 HR의 관점에서 보다 많은 태생적/문화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과 브랜드는 우리와 서구의 기업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일한 경쟁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조직의 근본적인 바탕은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기업 문화 전반
홉스테드의 연구뿐만 아니라 많은 비교 문화 연구들에서 동양과 서양 기업간의 독특한 문화적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 기업들의 기업문화가 가지는 특징으로 1) 합리적 의사결정, 2) 경쟁과 성취, 3) 장기적 관점 등을 제시하고 있고, 동양의 경우 1) 보수적 의사결정, 2) 안정과 조화, 3) 단기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미국과 일본의 합자회사에서 미국의 한 임원이 일본의 임원에게 이메일의 말미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연락을 하겠습니다”라고 썼는데, 일본의 임원은 3~4일이 지나도 다시 연락이 오지 않자, 왜 연락이 없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처음 이메일을 작성했던 미국의 임원은 깜짝 놀랐고, 미국과 일본에서 생각하는 ‘빠른 시일’이 얼마나 큰 의미상의 차이를 가지는지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외국기업들과 일하는 우리나라 담당자들은 ‘외국 기업의 일 처리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느리다’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와 직업에 대한 인식
겉으로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회사와 직업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우리 기업(또는 동양권의 기업)과 서구 유럽의 기업들간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나라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에 인사, 총무, 재무, 마케팅, 개발 등 비교적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며 순환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직무 순환이 직원들의 주요 동기부여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직무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것이 우리기업의 일반적인 사례이다.
반면에, 서구 기업의 직원들간에는 직무에 대한 강한 로열티(job concern)이 존재한다. 영국, 미국의 많은 성(姓)들이 선조의 직무(직업)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것도 이에 대한 입증 사례이다. 실례를 들어보면, 칼리 피오리나 이전의 HP는 심할 경우 특정 직원을 해고할지언정, 그 사람의 직무를 전환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HP Way속에 담고 있었다(90년대 말 이후 이러한 방침은 수정되었다). 이렇게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직무에 대한 로열티 측면에서 우리 기업과 서구 기업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진입 방식
최근에 와서 많은 변화가 있지만, 현재 40대 이상의 직원들 중 대다수는 과거 회사에 처음 입사하는 시점에서 ‘평생 직장’의 꿈을 꾸어 봤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일평생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듯이, 일평생 하나의 직장을 다니다가 정년 퇴직을 하는 경우도 보편적인 상황이었다. 최근 경력직 직원의 채용 비중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경력직으로 회사를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는 주변의 경험자들로부터 생생한 증언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용이한 진입 방식은 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 단계 (즉, Entry Level)에서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 기업들에서는 필요할 때 외부 인력 시장으로부터 인력을 수월하게 채용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제시한 회사와 직무에 대한 인식과도 일부 연계되는 부분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에서 ‘직무 전문가’로 육성되기 보다는 일반 전문가(Generalist)로 육성되는 경우가 좀더 보편적이다. 따라서, 특정 직무의 공석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채울 수 있는 적절한 직무 전문가 풀이 노동시장의 형태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문화적 차이들은 조직 운영과 HR제도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HR제도의 핵심적인 영역 중 하나인 ‘채용/선발, ‘직무 관리’, 그리고 ‘성과 관리’에 있어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3. 한국기업과 선진기업의 HR전략 차이 - 효과성과 효율성

HR전략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노력에 있어 국내 기업과 해외 선진 기업은 10~20년 이상의 시간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 HR의 중요성과 HR전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채 10년도 안 되는 상황이다. 출발선에서의 차이만큼 우리나라와 선진 기업의 HR 전략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HR 전략의 내용을 분류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HR 전략의 특성과 방향성을 가장 극명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HR 효과성(HR Effectiveness)과 HR 효율성(HR Efficiency)의 잣대이다.
HR 효과성(HR Effectiveness)이란, 회사의 전략과 경영환경, 그리고 기업문화적 특성과 HR 시스템간의 유기적 연계성을 의미한다. 즉, ‘HR 제도가 회사의 성과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에 HR 효율성(HR Efficiency)이란, HR 시스템이 직원들을 동기부여 시키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들을 충원하며, 각종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를 의미한다.
국내 기업의 HR전략은 아직까지 ‘효율적 지원 부서’로서의 위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과거의 비효율적 HR 시스템에서 효율적인 HR System으로 변모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선진기업들의 경우, HR의 기능이 단순히 효율적 지원부서의 성격을 벗어나서, 보다 전략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로서의 기능을 추구하고 있다. GE는 인사부서의 역할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고 GE의 경영전략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인사부서의 영향범위를 단순히 GE내의 작업장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시장, 지역사회까지로 확대하여 ‘인사전략’과 ‘시장지향인사전략’, ‘작업장지향인사전략’, 그리고 ‘지역사회지향인사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MSD의 경우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및 성패와 직결된다는 인식에서 2001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프로젝트로 ‘Talent Management’를 시작하였다. ‘Talent Management’는 인재의 채용(strategic staffing)부터, 직원의 개발(learning & development), 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 주요 직무의 승계(succession planning) 및 미래의 인재(future leader, emerging leader)에 대한 개발•관리까지 전 인사관리의 영역을 사업전략과 연계하여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바로 높은 수준의 HR 효과성(HR Effectiveness)에 초점을 맞춘 HR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4. 한국형 중장기 HR 전략 수립방안

앞에서 국내 기업과 선진기업들간의 HR 전략의 수준 차이에 대해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국내 기업들도 이미 높은 수준의 HR 효과성 영역에 도달하고 있다.
한국형 중•장기 HR 전략의 수립은 이렇게 향후 어떻게 하면 HR 효과성(HR effectiveness)를 강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의 문화적 토양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서두에 제기하였듯이, 굳이 홉스테드의 연구 결과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 기업들과 선진 기업들의 문화적 토양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의 차이는 HR 시스템과 HR 전략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어야 한다. 앞서 제시한 국내 기업들의 선진 사례에서처럼, 우리 기업이 접하고 있는 문화적 토양이 반영된 HR 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둘째, 경영전략의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회사의 경영전략과 목표를 명확하게 이해 한 후 해당 전략과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지원 및 조직의 지속적 경쟁우위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HR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HR전략이 경영전략 달성을 위한 조연이 아닌 ‘경영전략=HR전략’이란 마인드를 갖고 HR전략 수립을 해야 한다.

셋째, 통합적 인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사 영역별 각기 다른 전략의 수립이 아닌, 하나의 공통된 전략의 틀을 가지고 그 틀에 각각의 인사 영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통합적 HR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각각의 영역이 힘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영역이 하나의 인사전략으로 힘을 발휘 할 때 그 힘이 조직성과와 연계될 수 있는 것이다.

오 승 훈 / 인싸이트 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