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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성과평가 방식에 대한 두 관점
2012-07-18

출처 : 인재경영 2008년 1월호

1. 절대평가인가, 상대평가인가?


‘A대리가 팀 내에서 특별히 성과가 높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진급대상이기 때문에 S를 받았고, 나는 작년에 S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는 B를 받기로 했다. 평가등급 비율이 정해져 있으니, 팀웍을 생각해서 양보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OO사 B과장)
‘평가등급 비율을 정하지 않고 절대평가룰 하면 70% 이상이 목표 달성으로 나온다. 보상 재원이나 승진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데 평가등급이 높다고 다 반영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XX사 C 본부장)

일반적으로 ‘평가’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열’을 연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성취도를 ‘집단 내 서열’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특히 그러하다. 때문에, 대다수의 기업들과 기업 내의 직원들은 ‘서열 매기기’를 ‘평가’의 본질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반해, 소위 선진 인사제도 수용 과정에서 이식된 MBO 제도는 절대평가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데서 글 서두에 언급된 ‘제도’와 ‘운영’ 간 상충이 발생하게 된다. 표1과 같이, MBO를 평가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비율은 68%에 달한다.  

 

MBO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설정된 목표의 달성도에 따라 평가 받는 방식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 2가지 프로세스가 MBO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1. 피평가자는 평가자와의 합의를 통해 매년 초 각각의 사업 계획에 따른 업무와 업무별 성과 목표를 설정함
2. 평가 시 평가자는 피평가자의 성과와 연초 목표와의 비교를 통해 피평가자의 수행 업무에 대해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점수(또는 등급)을 합의/결정함

즉, MBO의 핵심 개념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대한 절대 달성 수준 평가’이기 때문에 MBO의 적용과 상대평가의 시행은 근본적인 개념에서 모순되는 것이다.

2. 일반적인 상대화 유형

국내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상대화 방식은 각 단위조직(주로 팀)에 대해 평가 등급 분포 비율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이와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팀 별 성과에 따라 평가등급 분포를 차등화하고 이 비율에 따라 팀원의 평가등급을 배분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성과가 높은 팀은 S, A, B, C, D를 2:3:4:1:0의 비율로, 성과가 저조한 팀은 1:2:3:2:2의 비율로 평가 등급 분포 비율을 부여하는 식이다.
점수에 의한 평가를 실시하는 기업일 경우, 단위조직의 평균 점수를 제시하는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팀 평균 점수를 85점으로 제시하고, 팀장은 각 팀원들의 점수를 자유롭게 배분하되 총 평균을 85점에 맞추어야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팀장들은 평균 점수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계산을 실시하며, 어떤 팀장들은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 별도의 개인용 엑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점수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정확하게 팀 점수를 배분하는 팀장이 ‘평가를 잘하는 팀장’이라고 인식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제도적인 제약은 없지만, 평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로 인해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평가 등급이나 순위를 미리 결정하고 이에 따라 세부 고과항목을 역으로 맞추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화 유형에 관계없이, 규정에 의해 명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보다는 제도의 틀에 맞춰 ‘끼워 넣기’ 식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많은 기업의 문제로 발견된다. 특히 평균 점수를 제시하는 경우 평가자 성향에 따라 점수 배분 상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3. 상대화, 과연 잘못인가?

그렇다면, 상대 평가는 과연 잘못된 것일까? 현실적으로 회사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평가 결과를 상대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첫째로, 기업 내의 승진 기회 및 급여 재원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성과에 따른 무제한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매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대화를 통한 비율 배분 없는 절대평가는 관리의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킨다
둘째로, 평가자의 문제이다. 평가자가 가장 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가정 하에서 절대평가는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평가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상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관성 없는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승진/보상/선발 등의 기준을 정하는 방법으로는 상대평가, 즉 내부 서열화에 따른 등급 부여 외에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평가의 활용에 있어 상대 평가는 평가의 숙명적인 요소라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다.

다만, 평가의 목적을 보상/승진에 한정하는 일반적인 국내 기업의 시각에 대해서는 비판 또는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표1>과 같이, 오늘날의 인사 Trend 상 ‘평가’를 바라보는 관점은 ‘승진을 위한 서열화(Ranking-Decider)’ 또는 ‘보상을 위한 성과 측정(Performance Mirror)’에서 ‘성과를 위한 역량 강화(Performance Leadership)’로 이행하고 있다. 평가의 개념이 단순히 ‘신상필벌의 도구’가 아니라 ‘역량을 개발하고 성과향상을 촉진하는 도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의 경우 아직까지 평가는 소위 ‘고과’라 하여 서열화와 성과측정의 근거로만 활용되고 있으며, 성과주의 리더십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평가를 역량개발과 성과향상을 위한 Feedback과 Communication 수단으로 이해했을 때 평가의 목적은 개인의 성과 수준에 대한 점검과 이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향후 개선을 위한 대안 모색으로 귀착되며, 이를 통해 평가는 비로소 상대서열화의 논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성과주의 리더십의 개념 속에서도 여전히 상대화의 문제는 남아있다. 보상/승진과 같은 부분은 회사라면 항상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평가의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평가’의 개념과 ‘평가 활용’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 및 구분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성과주의 리더십하의 평가의 목적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팀장 또는 평가자는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한 평가 피드백을 마지막으로 그 역할이 끝나고, 이후 보상과 승진을 위한 서열화는 개인-인사부서 또는 개인-회사 차원의 관계에서 진행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역할 개념이 뚜렷하게 정립된다면 국내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승진대상자에 대한 평가관대화 관행은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성과 중심적 평가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4. 객관적 점수의 환상을 버리자! – 평가자의 개념적 사고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숫자에 대한 환상이다. 절대평가를 운용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서 ‘객관적’인 수치로 정의될 수 있는 항목이 별로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치로 드러나는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를 수행하고자 하는 경우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개인 영업 이익과 고객 확보 등, 숫자로 관리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기획이나 지원과 같이 보고서 작업 중심으로 보고서 개수를 제외하고는 성과를 수치화시키기 어려운 업무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업무에 대한 성과 지표는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은 평가자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성과주의 리더십 하에서 평가자가 가장 필요한 역량은 ‘개념적 사고’를 통한 명확한 판단과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형 미인은 어떠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절대 정의할 수 없다”라고 단정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개념적 사고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접근이 가능하다. 일반적 미인의 특성에 대한 사고를 통해, 미인의 요건인 계란형 얼굴에 짧은 콧등, 넓은 이마 등등 한 단계씩 사고를 진행한다면, 점점 미인의 얼굴에 접근하여 마침내 미인의 얼굴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평가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개념적 사고를 통해 문제 속으로 접근해서 한 단계씩 해결해 나가는 태도이다. 직접적으로 수치화 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수한 보고서라는 것은 과연 어떤 특성을 가지는 것인가?”, “적시에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등에 대한 사고를 통해서 항상 개념적인 정의를 내리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성과관리 리더십의 평가 활용을 위해서는 평가자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기업에서는 평가자 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 마치며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평가자의 역량이며, 결국 성과주의 리더십의 열쇠는 결국 평가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도 이러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문제를 어느 정도 적극적인 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해 평가자에게 팀원의 평가 등급 부여뿐만 아니라 보상 인상률 책정 등 확장된 권한을 부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구 기업들은 팀장이 각 팀원들의 시장 급여 분포 내 위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주어진 팀 내 예산 범위 내에서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평가자 중심의 완결형 평가 문화와 제도가 우리 기업에도 확산된다면, 더 이상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논의는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될 것이다.

InsightGroup 선임 컨설턴트
조 건 영